메릴랜드대학교 서은숙 교수(물리학 80), 고려대에서 우주로, 세계적 천체물리학자로의 여정
  • 작성일 2025.07.25.
  • 작성자 고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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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랜드대학교
서은숙 교수(물리학 80)
고려대에서 우주로, 세계적 천체물리학자로의 여정

서은숙 교수

초등학교 때부터 과학에 남다른 흥미와 재능을 보였던 그는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물리학과에 진학했다. 공부 잘하고 영민한 딸이 법조인이 되기를 바란 부모님의 마음을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삶이 즐겁고,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후회가 되지 않을 것 같다'는 말로 부모님을 설득했다. 몇 가지 기본 원리와 법칙으로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물리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학부 과정을 거치며 연구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1986년, 석사 과정을 마친 후에는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미국은 물리학의 선두주자였고,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라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공부만 생각하고 무작정 떠나오긴 했는데, 막상 낯선 땅에 혼자 도착하니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더라고요. 그때 석사과정 지도교수님이 '미국에 가면 만나 뵙고 인사드려라' 하신 교수님이 있었어요. 누군가와 약속을 잡아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이 됐어요. 그렇게 만난 교수님이 '나사(NASA)에서 박사학위 논문 연구를 해보는 건 어떠냐'고 묻는 거예요. 아폴로 달 착륙을 TV에서 봤는데, 그걸 쏘아 올린 나사에서의 연구라니,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뛰었죠."

한국에 있을 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었다. 두렵지만 용기를 가지고 도전해 나사의 우주과학 연구 중심 기지로 꼽히는 메릴랜드주 고다드우주비행센터에서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로의 첫 여정은 이렇게 시작됐다.

한국인 과학자 최초로 미국 대통령상 수상

그의 연구 주제는 '우주선(宇宙線, cosmic ray)'이다. 여기서 우주선은 우주와 지구를 오가는 발사체가 아니라, 외계에서 지구로 날아드는 무수한 고에너지 미립자를 뜻한다. 이들이 대기 중에 존재하는 입자와 충돌해 쪼개지고, 이때 우주선보다 에너지가 낮은 물질이 만들어진다. 입자물리학자들은 이 쪼개진 입자를 측정해 원래 상태의 에너지를 추정한다. 이 연구를 '지상 관측 실험'이라고 한다.

"연구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대기권과 충돌하기 전의 상태에서 직접 측정하는 게 좋잖아요. 그런데 지상 관측 실험 기기는 크기가 몇 제곱킬로미터에 달해요. 그 방대한 기기를 우주 공간에 띄우는 건 불가능하죠. 그래서 원리는 같지만 우주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검출기를 설계했어요. 그 덕분에 지금은 우주 공간에서 우주선의 성분과 에너지를 직접 측정할 수 있어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선 검출기 점검

1997년 미국 '신진 우수연구자 대통령상' 수상 당시

❶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선 검출기 점검
❷ 1997년 미국 '신진 우수연구자 대통령상' 수상 당시


당시 박사후과정 2년 차였던 그의 아이디어가 기기 개발로 이어지면서 우주선 물리학계는 환호했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1997년, 미국 대통령이 주는 '신진 우수연구자상'을 받았다. 미국 내 젊은 과학자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로 한국인 과학자가 이 상을 받은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2004년부터는 나사와 공동으로 크림(CREAM)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남극에서 검출기를 띄워 우주선을 측정하는 연구로 미국, 한국, 이탈리아, 프랑스, 멕시코 등 5개국 연구원 100여 명이 참여한다. 지금은 검출기를 우주정거장(ISS)까지 보낸다. '아이스크림(ISS CREAM)' 이라고 명명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주에서 보다 길게 체류하면서 그만큼 더 강력한 고에너지 입자를 측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리더십과 팀워크를 가르쳐 준 모교에 감사

그의 연구의 목적은 '무엇이 그렇게 큰 에너지를 만들고, 우리가 사는 우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혀내 베일에 싸인 우주의 신비를 해결하는 데 있다. 우주라는 극한 환경에서 진행되는 연구이자 미지의 세계를 향해 있다는 점에서 그에게는 매 순간이 도전이다.

연구를 진행하며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였는지를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크림 프로젝트를 처음 맡았을 때'라고 답했다. "다국적의 각 분야 전문가들을 모아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하는 게 그 어떤 연구보다 어려웠다"며, "그럼에도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학 시절 체득한 리더십과 팀워크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다는 그는 "촬영과 인화도 재미있었지만 단체 생활에 대해 배운 게 더 많았다"고 한다.

구성원이 저마다 자신의 본분을 정확히 알고 수행할 때 조직이 제대로 돌아간다는 것을 배웠고, 선·후배 간의 단단한 유대를 통해 팀워크를 자연스럽게 익혔다. "그게 얼마나 귀한 자산인지 나중에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의 저를 있게 한 모교에 늘 감사해요. 이 좋은 환경에서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훌륭한 인재가 많이 나오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합니다. 후배들에게는 주변의 소리에 휘둘리지 말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어떤 길을 선택하든 어려움은 닥쳐요.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 그 어려움을 극복할 힘이 생겨요. 제 경험이자, 오늘 제가 강연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서은숙 교수

서은숙 교수

고려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물리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메릴랜드대학교 물리학과 종신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계로서는 최초로 1997년 젊은 과학자에게 주는 최고의 영예인 미국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다수의 권위 있는 상을 받으며, 천체물리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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