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샐러드는 이제 더 이상 곁들이는 음식이 아니다. 체중 감량이나 저속 노화를 원하는 이들에게 샐러드는 '적게 먹는' 선택이 아니라, '잘 먹는' 한 끼다. 이 새로운 식문화를 국내에서 앞서 제시한 브랜드가 있다. 바로 '샐러디'다. 2013년, 대학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창업한 안상원 대표는 "당시엔 샐러드를 한 끼 식사로 파는 전문점 자체가 드물었다"고 회상한다. 공동 창업자인 이건호 대표가 미국 유학 시절 접한 샐러드 식문화를 이야기했을 때, 그는 전국 단위로 매장을 확장할 수 있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그렸다. "말을 듣자마자 전국 곳곳에 샐러디 매장이 있는 모습이 상상됐어요." 그 상상은 현실이 되었고, 현재 샐러디는 전국 3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며, 일상 속 건강식을 확장하고 있다.




❶ 2008년 응원단 기수부 시절
❷2014년 샐러디 1호점 리뉴얼
❸2016년 최초 창업박람회 참석
❸2017년 졸업식
영타이거즈의 열정으로 선택한 사업의 길
고려대학교는 그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품어 온 목표였다. 초등학생 시절엔 성적이 중하위권이었지만, 창업이라는 꿈을 품은 후 경영학과 진학을 위해 몰입했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고, 그것을 성취하는 경험을 해보니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재학 시절, 안 대표는 응원단 기수부 '영타이거즈(YT: YOUNG TIGERS)' 활동을 통해 단련된 청춘이었다. "고연전을 준비하는 훈련은 군대보다 밀도가 더 높았죠." 1학년 때 기수부에 자원해 합류한 그는 후배들을 가르치는 에이스로 활약했고, 힘든 훈련 끝에 맞이한 고연전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되었다.
고려대에서 만난 친구들은 그에게 자극과 영감을 주는 존재였다. "똑똑한 친구들, 추진력 있는 친구들, 사교적인 친구들까지··· 배울 점이 많은 친구들이 많아서 저도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됐어요."
사업의 길을 택한 데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어린 시절부터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정상에서 만납시다』 같은 책들을 건네받았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겠는데 용돈을 주시니 읽었어요. 대부분 성공 철학에 관한 책들이라,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도 많았는데 덕분에 꿈을 크게 꿀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지금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책을 10권 정해서 보관하고 계세요."
군대 전역 후에는 연합 창업 동아리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당시 만난 연세대 친구와 동업을 결심하면서, 이들은 '샐러드'를 창업 아이템으로 선택했다. "건강하게 먹고 싶은 니즈는 있는데, 건강한 식사를 할 만한 데는 없더라고요. 잘 만든 드레싱과 신선한 채소는 평균 이상의 맛을 낼 수 있어서, 충분히 한국 사람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한 끼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확신을 가지고 시작했어요."
무에서 유로, 샐러디를 성장시킨 터닝 포인트
식사로서의 샐러드가 국내 시장에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시기였던 만큼, 넘어야 할 허들도 많았다. 창업 전 유명 햄버거 브랜드에서 아르바이트하며 기본적인 오퍼레이션을 익히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초창기엔 메뉴 구성이나 인테리어가 지금처럼 세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런 불편을 감수하고 찾아오는 고객들이 있었다. "대학생이 외식업 창업에 대해 아는 게 뭐가 있었겠어요. 하나하나 직접 부딪히면서 준비해 나갔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초기 고객분들께 감사할 따름이죠."
매장이 100개를 넘어서며 또 다른 전환점이 찾아왔다. 외부 가공업체의 품질 관리에 한계를 느끼고, 직접 가공공장과 농장을 세우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어려움도 닥쳤다. "공장 설비에 문제가 생겨 멈췄을 때, 직원들과 밤새 채소를 손질해서 새벽에 퀵으로 매장까지 날랐던 기억이 있어요." 위기 상황에서도 가장 먼저 현장을 찾는 그는 '상황을 빠르게 인지하고 직원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리더십'으로 다양한 문제들을 타파해 왔다.
초기 사업 시스템을 안정화하는 과정이 어려웠던 만큼, 보람도 분명히 있었다. 안 교우는 투자 유치에 성공했던 일을 결정적 순간으로 꼽는다. "샐러디를 더 좋은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외부 자본 유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외식업의 특성상 회사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기는 쉽지 않았지만, 좋은 평가를 받고 투자를 받았을 때, 저희의 노력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인정받는 느낌이 들었죠." 잠재력을 인정받은 샐러디는 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건강식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메뉴는 '탄단지샐러디'다.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 먹던 조합을 메뉴화했고, 이름도 본인이 직접 지었다. "처음에는 매장에서 가장 많이 먹던 조합이었어요. 고객 반응도 좋아서 정식 메뉴로 등록했죠." 그 자신도 단 음식을 좋아했지만 샐러드의 맛과 무한한 가능성에 놀랐다며, 샐러드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그 매력에 빠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신메뉴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남성분들이 샐러드는 생각도 안 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근데 한번 먹어보면 분명히 만족하실 거라 생각해요."

동종 업계 경쟁 기업들의 성장세도, 샐러디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뭔가 새롭고 신선한 자극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느껴요. 최근 포케 브랜드들이 많이 떠오르고 있는 데다, '써브웨이' 같은 브랜드를 뛰어넘고 싶거든요." 그런가 하면, 최근 인수한 외식 브랜드 '다운타우너'와도 시너지를 모색 중이다. "브랜드 색은 다르지만, MZ세대가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다운타우너 직영점 오픈에 주력하고, 이후 샐러디가 강점을 지닌 가맹 사업 모델을 접목해 브랜드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벤처 DNA가 살아 있는 곳에서 시작하라
창업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그는 "자신 있다면 지금 당장 시도해 보라"고 조언한다. 나이가 들수록 실패했을 때 잃을 것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한편, 이미 창업한 이들에게는 '버티는 힘'을 강조한다.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예상보다 훨씬 더 큰 성장을 하게 되는 시점이 올 거예요.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회사에 대한 애정과 목표 달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겠죠." 아직 경험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스타트업이나 배달의민족·토스처럼 벤처 마인드가 살아 있는 조직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보라"고 권한다. 기업이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환경에서의 관찰과 실행 경험은 창업에도 큰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창업 13년 차에 접어든 안 교우는 샐러디 이후의 먼 미래를 상상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금세 다시 샐러디를 최대한 오래 성장시키고 싶다는 꿈을 되새긴다.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내가 아니어도 더 잘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근데 또 생각해 보면, 아직은 제가 이 브랜드에 기여할 수 있는 게 훨씬 많다고 느껴요. 처음 가졌던 그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변화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문제 앞에서 중심을 잡는 리더가 이끄는 샐러디는, 앞으로도 우리 곁의 긍정적인 한 끼를 제안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