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중동2과장 표지수 교우(영어영문학 04), 국제 외교의 최격전지, 중동에 선 여성 외교관
  • 작성일 2025.08.10.
  • 작성자 고대투데이
  • 조회수 44
외교부 중동2과장
표지수 교우(영어영문학 04)
국제 외교의 최격전지,
중동에 선 여성 외교관

표지수 교우

우리 나라의 여성 외교관이 중동을 주된 커리어로 삼는 것은 아직 흔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표지수 교우는 전 세계 외교의 최전선인 중동을 이해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국익에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중동에 뛰어들었고, 영국 런던대학교 SOAS(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와 요르단대학교에서 수학한 후 수단, 요르단, 뉴욕 소재 주유엔대표부, 그리고 레바논 등의 임지를 거쳤다. 지난 2월 외교부에서 중동 지역을 책임지는 중동2과장으로 임명받아 급변하는 정세 가운데 대한민국의 국익을 수호하고, 중동과의 상호발전을 이끌어 가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외교부 앞에서 포즈를 취한 표지수 교우

표지수 교우

한국화회, 철학 강의, 인도 봉사활동까지
충만했던 대학 생활

대학 3학년 때 외무고시(현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에 합격했다고 하면, 입학하자마자 오로지 고시 공부에 몰두하지 않았을까 생각하지만, 오히려 표 과장은 학교 생활을 '야무지게' 즐긴 쪽이었다. 특히 이른바 '문사철' 수업들이 기억에 남는다.

"문과대만의 수업을 좋아했고, 특히 철학을 좋아해서 철학과 전공수업을 제 전공처럼 들었어요. 오상무 교수님의 '중국 철학', 조성택 교수님의 '불교 철학' 수업 등등을 너무 좋아했어요. 동아리 생활도 정말 열심히 했어요. 동아리 '한국화회' 회장을 두 번이나 했죠. 동아리실은 학생회관 꼭대기 테라스가 있는 긴 방이었어요. 민주광장이 내려다 보이던 아름다운 전망이 좋았죠. 언제나 사람들이 조용히 먹 갈고 있고, 묵향도 나고…. 역시 저는 인문계, 이른바 '문사철' 스타일이에요.(웃음) 가을에 있을 한국화회 전시회에도 후배들 보러 갈 거예요."

대학 2학년을 마친 후, 훌쩍 떠난 인도에서의 봉사활동을 통해 그는 새로운 꿈과 도전을 만났다.

"3~4개월간 시골의 공립학교에서 영어 등을 가르쳤어요. 돈은 없지만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가득한 아이들이었어요. 충격적이었던 것은 저희가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면, 그 친구들은 영어 선생님이 없어서 더 이상 공부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어요. 배울 기회 자체를 빼앗기는 것이죠. 영어를 계속 배우면 이 친구들은 좀더 나은 직장을 얻을 수 있는데 그 기회조차 없어지다니… 단기 봉사의 한계가 안타깝고,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을지 고민하다가 유엔에 들어가서 프로젝트를 하면 좀더 근원적인 방법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유엔에 가려면? 외교관이 되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준비를 시작했죠."

휴학을 하고 고시 공부에 매진했고, 3학년에 바로 합격의 기쁨을 얻었다. 그는 빠른 합격이 '운이 좋아서'였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진짜로 운이 좋아서 합격했어요. 인도 봉사도 다녀오고 나서 시작했으니 시작이 빠른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고려대 고시반에 들어갔더니, 정말 훌륭하고 실력 있는 선배님들이 많으셨어요. 그분들 덕분에 저도 더 열심히 공부를 해야만 했고, 그러다 운이 좋아서 제가 된 거죠.게다가 당시 외무고시 과목이 국제법, 경제학 등이었는데, 이건 다른 고시에 써먹을 수 있는 과목이 아니었어요. 이게 떨어지면 진짜 끝이다, 망한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웃음)"

고려대에서의 시간은 외교관 표지수에게는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고대생은 입학하자마자 자연스럽게 4․ 18 달리기를 하고, 학교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자유·정의·진리'잖아요. 그 말이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보다 공동체 전체의 선을 더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우리 학교에는 공동체, 인권, 약자 보호와 가치를 추구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중동 지역을 담당하다 보면, 복잡하고 난해한 일들, 때론 굉장히 슬픈 일들이 연달아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마다, 대한민국의 외교관으로 내려야 할 판단 등에 있어서, 자유·정의·진리의 가치가 제게 많이 영향을 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유·정의·진리를 가슴에 품고, 중동 지역을 만나다

외교관이 되는 첫 관문인 국립외교원 연수에서 표 과장은 운명처럼 '중동'을 만났다. "국립외교원 인남식 교수님께서 중동 강의를 하시는데, 중동 정세가 얼마나 첨예한지, 그래서 이 지역 연구에 헌신하는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 등의 말씀이 마치 모두 제게 하시는 말씀처럼 들렸어요. 종교는 없지만, 내가 이렇게 운 좋게 일찍 시험에 합격했다면 나에게 맡겨진, 감당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요. 또 제가 기본적으로 돈도 중요하지만 '의미'가 있어야 되는 부류의 사람이거든요. 일을 할 때 의미가 없으면 좀 괴로운 사람들 있잖아요, 하하. 제겐 중동 지역을 맡는 것이 의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유엔 안보리 중동 관련 공개회의 발언 장면

올해 4월, 사우디에 위치한 Gulf Research Center 방문 면담 당시

➊ 유엔 안보리 중동 관련 공개회의 발언 장면
➋ 올해 4월, 사우디에 위치한 Gulf Research Center 방문 면담 당시


중동 외교는 많은 나라에 어려운 과제이고, 실제로 서방 국가들은 가장 실력 있는 외교관을 중동에 배치한다. 중동 외교에 뛰어들기로 결심한 표지수 과장 역시 섬세하고 복잡한 중동 지역을 이해하기 위해 아랍어를 포함한 치열한 공부와 지역 연구를 시작했다.

"중동1과에서 시작해서 요르단대학교에서 아랍어를 공부했고, 런던대학교 SOAS에서는 '이란의 민주주의'를 주제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유엔과를 거쳐 수단에도 갔었고, 다시 뉴욕의 주유엔대표부에서 일하다가 레바논에 있었습니다."

중동에 평화가 깃들기를 응원하며

중동 지역 근무를 할 때는 계속되는 공습에도 대사관에서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계속해서 일을 하거나, 갑작스러운 무력 사태에서 교민들의 긴급 철수를 이끄는 등 급박한 상황도 많았다. 난이도가 가장 높은 임지로 꼽히는 수단 카르툼에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부임한 여성 외교관도 표 사무관이다.

하지만 그는 중동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늘 테러리즘, 골칫덩어리 등 부정적인 부분만 강조되는 경향이 있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가 일하며 살며 만난 중동 지역은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움이 많이 깃든 곳이다.

"중동지역에 극단주의자들이 일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제가 직접 만나는 아랍 사람들은 온화하고 친절했어요. 문화적으로도 흥미로운 점이 많습니다. 특히 레바논은 무척이나 아름답고 제가 참 사랑하는 나라예요. 레바논에선 친구들과 바닷가에 가서 걷고, 함께 책을 읽고, 차를 마시는 시간들을 무척 중요시했어요."

중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중동의 아름다움을 많이 경험한 그는 중동에 대해 '덕후(매니아)'처럼 애정을 쏟게 된다고 말하며 웃었다.

"우리 중동과 동료들은 모두 제발 이곳 사람들 잘되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늘 뉴스를 들여다보며, 제발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기다리죠. 그러다가 지난 4월 10일, 마침내 시리아와 공식 수교가 이루어졌을 때는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로 기뻤어요. 사실 세계 많은 외교관들이 시리아 사람들이 잘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해요. 매우 오랫동안 고통받는 것을 지켜봐 왔으니까요. 그런데 드디어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는 순간이 왔고, 현지에선 혼란을 딛고 나라를 다시 세우는, 마치 과거 우리나라와 비슷한 모습을 보게 됩니다. 독재자가 무너지고 수도 다마스커스가 변화하면서 다양한 선택이 펼쳐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시리아 국민들이 폭력을 거부하는 상생의 길을 선택해서 가려면 많은 나라의 도움과 지지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국제 외교의 역할이죠. 민주적인 길을 가고자 하는 시리아에게 대한민국과의 정식 수교는 또 하나의 희망이 됐고, 미래 결정에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합니다. 수교 당시 저희 장관님이 직접 가셨거든요. 위험도 있지만 저희는 필요한 방문이라고 판단했고, 장관님이 용단을 내리셔서 모시고 갈 수 있었는데 그것을 시리아가 굉장히 고마워했습니다."


캐리어를 끌며 걷는 표지수 교우

제1의 원칙은 언제나 국익, 그리고 상생

중동에 대해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과 별개로, 외교관으로서 그가 갖는 첫 번째 원칙은 국익이다. 무엇보다 국익이 우선이라고 단언하는 그는, 그다음은 상생이라고 말한다.

"저는 한국의 외교관이에요. 우리나라 국익을 위해, 국민의 세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보고 습득한 정보와 교훈을 앞으로 우리나라를 위해 적용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지구 다른 곳에서 일어난 일은 한반도에서도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최근 중동에서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러한 사건들은 모두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외교관들은 상황을 날카롭게 파악하고 향후 준비를 더 많이 해야겠지요. 대한민국의 국익이 최우선이지만, 다음엔 우리가 잘되면서 남들도 잘되게 하는 것,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결국 많은 우리 외교관들이 바라는 지향점일 거예요. 외무고시 3차 시험 질문이 '지금 협상장에 있고 우리가 거짓말을 하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인데, 그렇다면 국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정답은 '당장이야 이득을 얻을 수 있겠지만, 외교 하루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웃음) 계속 관계를 맺어 나가야 될 텐데, 거짓말은 장기적으로는 이득이 될 수 없다'는 것이죠. 이 지구촌에서 같이 살아가는 이웃들이기 때문에,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늘 고민하려 합니다."

표 과장은 앞선 선배들이 있어 자신이 이 길을 걸을 수 있음을 고백하며, 여성 외교관으로서 또 다른 멋진 선례를 남기기를 꿈꾼다.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아프리카 중동국장을 맡으셨던 김은정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님을 존경해요. 옛날에는 여성 외교관이 더 소수였기 때문에 더 힘드셨을 텐데 이렇게 길을 닦아주셔서 저희도 가고 있죠. 저도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면서, 중동과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가고 싶습니다."

좋은 사람 있으면!

세계를 바쁘게 누비는 외교관이자, 자연인 표지수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늘 동료들에게 '몸과 마음의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첨예한 국제 사회 동태와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이슈를 24시간 감시하고 보고하는 그이지만,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리프레시할 수 있는 다양한 취미를 즐긴다. "비디오 게임도 좋아하고, 책은 정말 좋아하고, 레바논에서는 권총 사격도 했습니다. 아, 그리고 아직 결혼은 안 했지만 할 생각이 많이 있습니다. 좋은 분 계시면…!" 이내 싱그러운 웃음을 터뜨리는 그가 불과 얼마전에 쏟아지는 폭탄 속에서 우리 국민들을 구출해내는 철수 작업을 책임지고 수행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다. 이런 것이 바로 '걸크러시'가 아닌가.

표지수 외교관의 현장 리포트

2024년 10월
레바논에서의 긴박한 철수 이야기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이 격렬해지면서, 우리 정부는 군 수송기를 보내어 우리 국민 90여 명을 무사히 철수시켰다. 민항기와 달리 군용기는 여러 나라의 통과 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우리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었다.

"헤즈볼라 리더인 하산 나스랄라가 사망한 날이 2024년9월 27일이었어요. 엄청난 공습이 이어지면서 계속 굉음이 들려오는데, 타격을 받은 것이 우리 건물인지, 옆 건물인지도 분간이 안 될 정도의 상황이었죠. 상황은 악화일로였고, 침착하고 신속하게 철수 계획을 실행해야 했습니다. 제가 수단에서 우리 국민 철수를 진행했던 경험이 있다 보니까 대사관에서 여러가지 사항을 준비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교민들과 본부, 여러 국가들과 소통해야 하기에, 대사님을 포함해서 우리 직원들이 하루 종일 일을 했어요. 동시에 비행기 착륙을 위한 지상 조업도 진행했죠. 예를 들어 앞으로 탑승할 승객들의 기내식이 없으면 비행기 이륙을 못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준비도 한국과 레바논의 지상조업업체와 전부 해야 해요. 전화와 통신이 불안정한 가운데 공항이 혼란스러워서 걱정이 많았는데 무사히, 질서정연하게 철수를 완료할 수 있었어요."

자칫 무용담처럼 들릴 수 있지만, 표 과장은 여러 사람들이 함께 이루어낸 일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교민분들께서 저희 안내에 잘 따라주신 것이 너무 크고, 관계된 모두가 한마음으로 일했어요. 시차 때문에 서울은 새벽 2~3시인데도 서울에 있는 직원들이 끈질기게 남아서 함께 일하기도 하는 등 모든 일을 함께 조율했습니다. 대사관 현지 직원들 집이 공습으로 무너지기도 하고,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모두가 서로 다독이면서 버텼습니다. 여러 나라 외교단들과 끊임없는 통화와 협의를 하고, 함께 만약의 상황에 대비했어요. 모두가 함께라서 다행이었습니다."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a.k.a.외무고시)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1. 세계를 계속 돌아다녀야 하는 삶에 대한 준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하는 삶은 재미있을 수도 있고, 때로는 안정감이 부족하고 외롭게 느껴지기도 해요. 가족의 꿈도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신중히 생각해야 합니다. 한곳에 뿌리내리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2
고시반에서 함께 공부하는 이익을 누려 보세요
고려대 고시반의 훌륭한 선배, 동기들과 함께 공부하니까 제가 공부를 안 할 수 없더라고요. 나태해지거나 자신이 없어질 때 함께 공부하는 학우들이 정말 큰 도움과 자극이 됐습니다.

3. 'Informed Decision'이 중요해요
외교관을 꿈꾼다면 실제 현장의 정보를 많이 알아보세요. 기회가 있다면 선배 외교관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면서 머리로 생각하는 외교관의 삶과 실제 외교관의 삶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상과 실제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고, 여러 정보에 기반한 신중한 결정을 하도록 하세요.

4. 절반은 학자, 절반은 공무원
외교관은 절반은 회사원, 절반은 학자처럼 일합니다.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각 나라의 소식, 국제 정세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해서 이를 글로 써서 보고해야 하거든요. 업무의 절반이 공부인 셈이니 일단 공부를 좋아하셔야 합니다. 늘 심도 있는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니 글쓰기 준비도 필요해요. 공무원이므로 급여는 생각처럼 높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 지루하지 않아요.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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