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AAA는 1982년에 만들어진 동아리로, 지난 40여 년간 고려대학교 학우들에게 아마추어 천문학을 보급해 왔다. 매달 서울을 벗어나 떠나는 정기 관측회, 학술 세미나와 출사, 비정기 관측회까지 다양한 활동을 통해 밤하늘을 탐구한다. 도심의 빛에 가려졌던 별을 다시 만나는 경험은 우주의 경이로움을 일깨워 준다.
그들이 밤하늘을 올려다보게 된 계기
태운 어릴 적 도심이 아닌 곳에 살아서, 밤이면 별을 보는 게 일상이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지구과학을 배우며 우주가 주는 감동을 자주 느꼈어요. 망망한 세계에서 오는 경이로움이 있거든요. 우주를 직접 관측한다는 건 광활한 세계 너머를 조용히 들여다보는 일 같아요.
기주 고등학교 때 천체 단원을 좋아했어요. 전기전자공학에서는 더 이상 다룰 일이 없으니, 동아리에서라도 계속 접하고 싶었습니다.
원준 중학교 시절, 학교 도서관의 거의 모든 천문학 도서를 읽었던 기억이 나요. 새롭게 알게 된 이론을 생각하다 몇 시간이 훌쩍 지나 있기도 했죠. 이후 저는 "밝은 별이 가장 많이 뜨는 겨울!"이 가장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오리온 대성운을 맨눈으로 보고 싶어서 야밤에 산을 오른 적도 있고, 안드로메다 은하를 담고 싶어서 몇 시간 동안 학원 옥상에 머문 적도 있죠. 저에게 별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 온 소중한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정인 어릴 적부터 〈코스모스〉와 같은 천문 다큐멘터리를 좋아했고, 우주에 대한 관심이 물리학으로 이어져 물리학과에 입학했어요! KUAAA 지원도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죠.
하영 초등학생 무렵 외국에서 잠시 지낼 당시, 겨울 아침마다 스쿨버스를 기다리며 보던 별이 무척 인상 깊었어요. 서울에 와서는 그런 하늘을 볼 수 없겠거니 했는데, KUAAA 활동을 통해 다시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보고 힐링하고 싶었습니다.
처음 망원경으로 본 별의 기억
태운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천체, 목성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의 경외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요. 과학이 진실을 설명한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었죠.
원준 중학생 때 산 소중한 망원경으로 처음 관측을 한 날, 신이 나서 조립과 분해를 3번이나 반복했어요(웃음). 처음 본 천체는 달이었고요. 매달 같은 모습만 보여주던 익숙한 달이, 망원경 안에서는 전혀 달라 보였습니다. 울퉁불퉁한 크레이터 하나하나가 또렷하게 보이고, 바다의 구조도 선명하게 나타나더라고요.
정인 화성이었는데, 오밀조밀한 무늬가 생각보다 크게 보여서 가깝다는 걸 실감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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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기청제 행사 중 맑은 하늘을 기원하며 절하는 순서
❷ 부원들이 함께 만든 '맑음인형'
기청제와 맑음인형 만들기, 저 별은 너의 별 ♫ KUAAA만의 특별한 전통
태운 80년대 학번의 초기 멤버들부터 최근 졸업생들까지 모이는 '쿠안의 밤'이 있어요. 동아리 공식 노래인 '두 개의 작은 별'을 같이 부르면 동질감도 생긴답니다.
원준 맑은 하늘을 염원하며 '태양'과 관련된 음식(카프리*, *칩 등)을 제사상에 올리고 다 같이 절을 하는 '기청제'가 있어요. 이후 맑음인형 만들기 대회도 있고, 물총놀이나, 수박화채 만들어 먹기 같은 행사도 같이 진행해요!
정인 관측회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 문화가 있어요. 장비 파손을 예방하는 건데, 오히려 누구든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어 좋아요.
가장 인상 깊었던 천체는?
태운 겨울철 대육각형과 여름철 대삼각형이에요. 이 별들은 겨울과 여름 동안 밤하늘을 볼 때 중요한 길잡이가 돼요. 예전에는 별을 그냥 '많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구조를 알고 나면 하늘이 커다란 그림처럼 보여요.
기주 베가, 데네브, 알타이르로 이루어진 여름철 대삼각형 이요. 은하수가 그 위로 지나가는 풍경이 인상 깊었어요.
원준 오리온 대성운이요. 몇 시간 씨름 끝에 찾아낸 성운을 망원경으로 봤을 때 '내가 진짜 성운을 보고 있구나' 하는 벅참과 함께, 우주와 더 친해진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정인 은하수요. 모든 조건이 완벽에 가까울 때만 맨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수많은 별이 띠처럼 펼쳐진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우리가 그 안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어요.
밤하늘, 별을 잘 보기 위한 노하우
기주 최대한 광해(光害)가 없는 곳을 골라야 해요. 주변에 밝은 빛이 많으면 별이 잘 안 보이거든요. 날짜는 매달 달이 없는 날, 즉 삭(朔)을 가장 추천하고, 해가 지평선 너머로 충분히 내려가서 별이 잘 보이는 시간인 천문박명(天文薄明) 이후에 관측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인 하늘이 맑고 건조한 겨울이 관측에 제일 적합해요. 동방에서는 아주 밝은 별들만 관측 가능하지만, 망원경 노출을 길게 하면 어두운 천체도 담아내는 '딥스카이'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옥상도 종종 활용해요.
태운 암적응이 중요해요. 플래시 금지, 핸드폰 밝기 조절은 필수예요.
원준 주변시(peripheral vision)*를 활용해 별을 바라보면 더 많은 별이 보일 수 있어요. 우리 눈은 중심보다 가장자리 시야가 어둠 속에서 빛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별을 똑바로 보기보다는 약간 옆을 보는 식으로 시선을 두면 희미한 별까지 더 잘 보입니다. 반대로 별의 색을 정확히 보고 싶을 때는 중심시야로, 즉 별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게 더 잘 보여요.
별 보다 생긴 별난 일들?!
태운 주로 철원이나 강화도에서 정기 관측회를 진행하는데, 휴전선 근처라 대북 방송 소리가 귀신이 웅얼거리는 소리처럼 들리거든요. 선배들이 그걸 듣고 옥상에서 도망쳐 내려왔다는 얘기가 기억에 남아요. KUAAA 특유의 밤 분위기와 소소한 공포(?)를 잘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기주 작년 9월 정기 관측회가 끝난 후 귀갓길에 버스가 안 와서, 마을 주민 할머니의 트럭 뒤 칸을 얻어 타고 이동한 일이 있었어요. 덕분에 열차 시간에 맞춰 도착했죠.
원준 트럭 짐칸에서 바람을 맞으며 갔었어요.
정인 수업 끝나고 바로 렌트카를 빌려서 강원도 홍천에 별을 보러 갔어요. 다음날 바로 학교로 돌아와야 하는 바쁜 일정이었지만 같이 노래를 들으며 간 덕분에 흥겨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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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촬영한 '장미성운'. 장미성운은 가스로 이루어진 성운이다.
KUAAA와 사랑에 빠진 이유
태운 KUAAA에는 낭만적이고 따뜻한 사람들이 많아요. 계산과 이론이 아니라 별을 느끼고 나누면서 연결될 수 있다는 게 제일 큰 매력입니다.
기주 수학이나 물리를 몰라도 즐길 수 있어요. 사진 찍고 함께 감상하는 즐거움이 크죠.
원준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곳이에요. 같은 하늘 아래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정인 밤하늘을 보면서 외계인이 존재하는지 등 흔하지 않은 주제로 다른 부원들이랑 얘기하면서 친해지기 좋아요.
나를 하나의 천체에 비유한다면?
태운 전갈자리의 심장, 주황빛을 내는 안타레스. 늘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열정을 쏟는 제 성격과 닮았어요.
기주 알데바란. 가장 밝진 않지만 분명한 색을 가진 별처럼 저도 저만의 색을 지니고 싶어요.
원준 3C273 퀘이사. 우주 생성 초기에 형성된 만큼 실제로는 아주 밝지만, 지구와의 거리가 워낙 멀어 관측하기가 쉽지 않죠. 저 역시 제 빛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의미 있는 빛으로 먼 곳에 닿길 바랍니다.
정인 오리온자리의 가장 밝은 별이자 초신성 폭발까지 얼마 남지 않은 베텔게우스. 마지막 남은 힘까지 다 짜내서 살아가는 이 별처럼, 저도 무리하더라도 하고 싶은 건 다 해보면서 진짜 좋아하는 걸 찾아가는 스타일이에요.
하영 혜성. 나그네처럼 예고 없이 나타났다 사라져서 '객성'이라 불리는데, '흘러가는 대로 살자'는 모토를 가진 저와 닮았다고 느껴요.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님이 우주에서는 죽음이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고, 원자들이 잠시 모여 생명이라는 이상한 상태를 이루었다가 다시 흩어진다고 하시더라고요. 천체도, 사람도 결국은 원자들이 모여 들뜬 상태로 잠시 머물다,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참 비슷한 것 같아요.
KUAAA에 들어오고 싶은 사람들에게
태운 과학이든, 감성이든, 그냥 멍하니 하늘을 보고 싶어서 든, KUAAA는 그런 마음들을 존중해 주는 곳이고, 그래서 자기 속도대로 천천히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딱 맞는 동아리예요. 궁금하다면 일단 한번 와보세요. 별은 언제나 거기 있고, KUAAA도 그 곁에 있으니까요.
기주 밤하늘의 매력은, 각기 다른 시간대를 동시에 들여다볼 수 있다는 거예요. 신비롭지 않나요? 여러분도 KUAAA에서 자기만의 낭만을 찾으면 좋겠어요.
원준 별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면 충분해요. KUAAA는 열린 우주처럼 늘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어요.
정인 애기능 동아리 소속이라 공대 비중이 크긴 하지만, 문과분들도 못지 않게 많기 때문에 다양한 학과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답니다. 적극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