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기광전자소재연구실(Organic Optoelectronic Materials Laboratory)을 이끌고 있는 우한영 교수는 소재 분야의 권위자로 꼽힌다. SCI(과학기술논문색인지수) 논문이 500편이 넘고,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Highly Cited Researchers, 이하 HCR)' 크로스필드(Cross-field) 분야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연구 목표는 '인류의 난제를 푸는 데 기여할 혁신적 소재의 개발'이다.
미래 기술의 핵심, 소재
대부분의 전자 기기나 에너지 장치는 '소재' 위에 만들어진다. 전기를 흘려보내는 회로, 빛을 받아들이는 태양전지, 스스로 빛나는 디스플레이 등은 소재에 따라 성능이 달라진 다. 소재가 미래 기술의 핵심으로 각광받는 이유다. 우한영 교수가 연구하는 '공액 유기분자'는 분자 내 전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이중결합과 단일결합이 번갈아 연결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전기적·광학적 특성을 갖게 되고, 태양전지·디스플레이·센서·광촉매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단순한 플라스틱처럼 보이는 유기물질 이 실제로는 빛을 전기로 바꾸고, 전기를 빛으로 전환하며, 생체 물질을 감지하는 정밀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고분자 기반의 전자소재 및 소자는 무기물과 달리, 진공 상태에서 재료를 얇게 입히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용액을 바르는 방식(용액 공정)으로 쉽게 만들 수 있어요.
'휘어지고, 늘어나고, 접을 수 있고, 입을 수 있는 (flexible, stretchable, foldable, wearable)' 소자로 응용이 가능해 미래 전자소재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은 이러한 유기물, 특히 고분자 기반의 전자소재 를 개발하고 다양한 유기전자에 응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어요. 새로운 구조와 작동 원리를 규명하고 개발하는 기초 연구를 하고 있고, 동시에 삼성·LG 등 기업과 함께 산학 공동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시대의 이상적인 에너지원, 그린 수소
그의 연구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지속가능한 미래 를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데 있다. 건물, 유리창, 옷, 가방 등 어디에나 부착할 수 있는 유기태양전지는 누구나 편리하게 친환경적으로 전기를 얻을 수 있게 하고, 유기광전자소재의 대표적 사례인 OLED 디스플레이는 이미 우리가 사용 하는 디지털 기기의 형태와 사용 방식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유기광센서는 작은 빛도 감지할 수 있어 의료 진단, 환경 모니터링 등에 유용하게 사용된다.
최근에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관심을 모으는 '그린 수소' 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최근 청정에너지 연구의 흐름은 태양광을 이용해서 물을 분해하고, 이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 하는 데 집중돼 있다"며, "우리 연구실에서도 유기반도체를 활성물질로 사용해 물 분해 광촉매 나노입자를 합성하고, 이들을 이용해 수소 생산 실험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석유로 만드는 수소는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데, 물에서 얻는 수소는 깨끗해요. 에너지 고갈 문제에 대응하면서도 환경에 해가 없으니 기후변화 시대에 매우 이상적인 에너지원이죠."
화학·물리학·고분자학··· 연구 이력도 융합 그 자체
이처럼 이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찾아내는 일은 철저한 융합 연구의 결과물이다. 소재 개발은 분자의 구조를 설계하는 '화학'에서 출발하지만, 소재의 특성 분석은 '재료 과학'의 영역이고, 전자소자로 제작하는 응용 단계에서는 전자공학과 가깝다. 반도체 디자인, 인공지능 기술도 필요하다. 그가 3년 연속 HCR '크로스필드(Cross-field)' 부문에 선정된 배경이기도 하다.
연구자로서의 이력도 융합 그 자체다. 학부에서 화학을 전공한 그는 물리화학으로 석사학위를, 고분자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효성기술연구소 수석연구원을 거쳐 미국 UC 산타바바라에서 박사후과정을 마쳤다. 귀국 후에는 부산대 나노융합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15년 고려대에 부임했다. 학계와 기업을 넘나들며 쌓은 다양한 경험은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연구'를 꿈꾸게 했다. 그리고 우 교수에 게는 그 꿈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14명의 연구생이 있다.
제자이자 동료 연구자로, 함께 성장하는 연구실
연구생 중에는 중국, 인도 유학생도 있다. 다국적인 만큼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랩 미팅'은 영어로 진행된다. '논문 세미나'에서는 최신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한다. 특히 신입 연구생들은 매주 2-3개의 논문을 읽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논문을 많이 읽고, 공부하고, 끊임없이 상상 하라'는 말을 많이 해요. 정말 열심히 하면서 밤 늦게까지 실험에 몰두하지만 정작 이론에는 약한 경우가 종종 있어요. 이론적 지식을 탄탄히 하고, 관련 분야 연구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논문을 꾸준히 봐야 합니다." 때론 잔소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논문 읽기의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이유는 제자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 때문이다. 우한영 교수에게 연구생은 제자인 동시에 연구를 함께 발전시켜 나가는 동료 연구원이다. 그는 그들이 탄탄한 이론적 토대 위에서 실력을 쌓아, 각자 의 자리에서 인정받는 연구자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스승의 바람대로, 유기광전자소재연구실이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과학기술 인재 양성의 산실로 자리매김할 날을 기대한다.
우한영 교수님의 유기광전자소재연구실을 소개합니다
하정민(박사과정 수료 20), 권하임(석사과정 24), 김형희(석사과정 24), 오승원(석사과정 25)
연구실에서 각자 맡은 역할은?
정민 연구실 방장이에요. 연구실을 대표해 행정 일을 하거나 소통을 돕고, 서로 더 집중해서 연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동시에 제 연구에도 집중 하면서 후배들의 실험이나 논문 작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함께 고민하고 조언하려 노력합니다.
하임 석사과정 3학기라, 중간 연차로서 연구와 실험뿐만 아니라 연구실 내 소통과 협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후배들이 실험이나 연구실 생활에서 궁금한 점이 있을 때 도와주기도 하고요.
형희 석사 2학기로, 신입생들을 주로 챙기죠.
승원 저는 아직 파릇한 신입생이라 많은 것을 배워 나가는 중입니다.
연구실 생활이나 분위기는 어떤가요?
정민 저희 연구실은 체계적이고 몰입도가 높은 편입니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끝나는 일과지만 대부분 그 이후까지 연구실에 남아 있어요. 다들 무척 바쁘게 움직이 지만 각자 맡은 연구에 대한 열정이 높고, 좋은 성과로 이어 지는 경우가 많아요.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연구에 몰두하 는 분위기이고, 서로 실험 정보를 공유하거나 세미나를 통해 연구 방향을 정리해 나가는 문화가 잘 잡혀 있어요.
하임 오전 9시 출근인데, 실험하다 보면 새벽까지 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다들 공부도 실험도 열심히 하는 분위기라, 저도 덩달아 의욕이 솟아요.
형희 주중에 한 번 청소하는 날에, 다 같이 실험실을 지속적 으로 관리해요. 각자 역할이 나뉘어 있어 인원이 많아도 체계적으로 잘 운영됩니다. 연구 분야가 다양해 모르는 부분은 협동하며 해결하는 편안한 분위기예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에게서 가장 많이 배우는 것은?
정민 교수님은 항상 새롭고 낯선 현상에 대해 호기심이 많으 시고, 그 본질을 이해하려는 집요한 탐구심이 있으세요. 특히 익숙하지 않은 주제나 새로운 접근 방식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로 도전하시는 모습을 닮고 싶습니다. 연구라는 것이 항상 결과가 빨리 나오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잖아요. 그 과정에서도 호기심과 열정을 유지하면서 묵묵히 탐구를 이어가는 자세가 진짜 연구자의 모습이라는 걸 교수님을 통해 배웁니다.
하임 창의적인 연구 접근 방식과 뛰어난 소통 능력이요. 항상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해 주시고, 학생들의 실험 결과나 고민에 대해 진지하게 경청하고 함께 방향을 모색해 주시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러워요. 이런 소통 덕분에 연구에 대한 동기 부여는 물론 사고의 폭도 확장되는 걸 느낍니다.
우리 연구실을 자랑한다면?
정민 최고의 강점은 확실한 장비 인프라와 다양한 응용 분야 에 도전할 수 있는 연구 환경입니다. 소재 개발이라는 큰 틀 안에서 광전자소자, 에너지 소자, 계면 연구 등 다양한 주제 를 유기적으로 경험해 볼 기회가 많아요. 덕분에 한정된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고, 여러 시도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죠. 무엇보다 연구 장비나 실험 환경에 대한 지원이 훌륭해서 본인이 해보고 싶은 실험을 마음껏 시도할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형희 최신 연구 트렌드에 맞추어 새로운 연구주제를 같이 병행한다는 점이 특징이에요. 또, 랩 미팅 시간을 활용하면 자신이 맡은 주제 이외의 다른 분야의 발표를 들으면서 배경 지식과 시야를 넓힐 수 있어요.
승원 선배들과의 소통이 원활해요. 질문을 쉽게 주고받을 수 있고, 제가 질문을 많이 해서 귀찮으실 법도 한데 다들 조언을 잘해 주세요.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이 연구실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요?
정민 기초과학과 응용 기술 사이를 연결하는 분야라서 호기심과 끈기가 동시에 필요합니다. 실험이 잘 되지 않을 때도 많고, 원리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 그것들이 연결되면서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하임 저희 연구실에서는 유기반도체를 합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협업 등을 통해 직접 응용까지 폭넓게 하고 있어요. 이 연구를 하기 위해서 여러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자신이 배우고 학습할 의지가 있다면 이곳에선 연구를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거예요.
형희 실험실에서 유기 고분자를 합성하는 스킬 외에도 최신 논문을 꾸준히 읽어야 하고, 체력과 열정, 발표를 진행하는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이 중요해요. 논문에서 찾은 내용 을 바탕으로, 실험 결과가 잘 안 나오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해 보고 찾는 자기주도 학습 능력도 기를 수 있어요.
승원 대학원은 끈기와 체력이 중요해요. 수많은 실패를 겪는 다고 해도 끈기 있게 연구하다 보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