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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사를 운영하며 크래프톤, 콩스튜디오, 젠틀몬스터 등 다수의 유망 기업을 발굴한 김대영 교우. 그가 지난 1월 모교에 발전기금 50억 원을 쾌척했다. 우리나라 1세대 벤처투자자로서 그동안 국내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성장에 크게 기여한 그는 '앞으로 고려대 출신 벤처기업가를 육성하기 위한 마중물을 만들고 싶다'며 기부의 의미를 밝혔다.
문화 콘텐츠 분야의 강자가 된 1세대 벤처투자자
그가 2008년에 설립한 케이넷투자파트너스는 문화 콘텐츠 분야의 강자로 꼽힌다. 창업 당시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성한 200억 원의 모태펀드(정부 출자금으로 만들어진 기금)를 받아 총 500억 원 규모의 케이넷문화콘텐츠전문투자 조합 을 설립, 이듬해 게임업체인 크래프톤에 투자했다.
크래프톤은 서바이벌 슈팅 게임인 '배틀 그라운드'를 개발한 회사로, 투자를 받은 이후 급속하게 성장해 2021년 코스피에 상장했다. 상장 이후 크래프톤의 기업 가치는 1조 원으로 뛰어올랐다. 이를 통해 문화체육관광부는 2006년 K-콘텐츠 관련 모태펀드를 조성한 이래 사상 최고인 멀티플(수익 배수) 13.1배를 기록했다. 꿈의 투자 수익을 현실화한 대표 적인 성공 사례로, 그의 이름을 다시 한번 업계에 각인 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크래프톤 신화 창조'의 주역
그가 벤처투자 업무를 시작한 것은 1997년, 한국기술투자 (현 SBI인베스트먼트)에 입사하면서부터다. 대학 졸업 후 코오롱, LG증권(현 NH투자증권)을 거쳐 미국 유학을 떠난 그는 뉴욕대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귀국 후 광고회사인 오리콤에서 일하다 한국기술투자로 자리를 옮기며 본격적 으로 투자 업무를 익혔다. 입사 2년 후인 1999년, 그는 당시 '스타 크래프트'의 투자를 진행해 큰 성과를 거뒀다. 게임 사업과의 인연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그는 "게임은 전혀 하지 않지만, 게임회사의 사외 이사를 10년간 맡으면서 게임업체의 속성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웃었다.
"2008년 11월에 회사를 만들고 모태펀드를 받았어요. 투자 할 곳을 찾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크래프톤이었죠. 상장하기 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신화 창조'라고 불릴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으니 뿌듯합니다. 작은 스타트업이 기업가치 1조 원의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일을 보는 건 투자자에게도 큰 보람이니까요. 이런 일이 모교에서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금을 만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도시락 선행'을 통해 배운 나눔의 가치
그는 어릴 때부터 나눔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같은 반 친구 두 명이 도시락을 싸오지 못해 점심을 굶는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어머니에게 부탁해 매일 3개의 도시락을 들고 다녔을 정도다.
"그때부터 항상 사회에 기여하는 삶을 염두에 두고 살았어요. 이번 기부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학교에 건물을 짓거나 장학금을 주는 일은 꼭 제가 아니어도 할 수 있잖아요. 저는 제 일과 관련된, 보다 의미 있는 기부를 하고 싶었어요. 제가 잘하는 건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일인데, 평소 우리 학교에 벤처기업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기금이 잘 쓰여서, 좋은 기업이 많이 나오고, 그 기업들이 다시 학교에 기부하는 선순환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이 일을 할 것"이라며, "좋은 기업을 발굴해 국가 경제에 도움에 되도록 하는 것이 내가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투자를 결정할 때, 사업 아이템보다 사람을 먼저 본다. 반듯한 삶의 자세를 가진 사람, '정(正)한 사람'이 벤처기업을 해야 성공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가 투자자로 성공을 거둔 이유를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