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1월 3일부터 7일까지 서울 자연계 캠퍼스에서 제1회 2025 KU NEXT Startup Week (이하, 창업주간)가 열렸다. 크림슨창업지원단이 주최하고 경영대학 스타트업 연구원, 기술사업화센터, 기술지주회사 등 고려대학교 창업 유관 기관이 함께 힘을 모은 이번 행사는 고려대학교 학생, 연구자, 창업 선배와 투자자가 한자리에 모여 창업 경험과 성과를 나누면서 글로벌 무대 도약을 꿈꾸는 축제의 장이었다.
이병천 크림슨창업지원단장(생명공학부 교수)
Q. '창업주간'을 통해 가장 기대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이번 창업주간은 그동안 쌓아온 성과를 공유하고, 다음 도약을 준비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 안에 창업 관련 논의나 좋은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많은데, 이번 기회를 통해 각 기관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창업 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첫 회인 만큼,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고려대학교 창업주간'을 하나의 브랜드로 키워가고 싶습니다.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행사'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입니다.
Q. 학생들이 창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창업은 세상에 없었던 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실에서의 배움이 정해진 답을 찾는 데 집중한다면, 창업은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고 다른 방식으로 풀어가며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경험에 가깝습니다. 팀을 꾸리고, 투자자를 설득하고, 실패를 겪은 뒤 다시 도전하는 일까지 그 모든 과정이 배움으로 이어집니다. 학생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도록, '고려대에서는 상상하는 순간부터 도전이 시작된다'라는 믿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런 믿음을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혁신 플랫폼을 만들어가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학생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도록, '고려대에서는 상상하는 순간부터 도전이 시작된다'라는 믿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Q. 그럼, 학생들이 창업을 주저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리고 크림슨창업지원단은 어떻게 돕나요?
가장 큰 이유는 학업과 창업을 함께해야 한다는 부담, 그리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졸업은 어떻게 해야 할지, 학점은 괜찮을지, 실패하면 진로는 어떻게 될지'처럼 아주 현실적인 고민이죠. 그래서 창업지원단은 학생들이 걱정없이 창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학사 제도부터 정비했습니다. 최대 3년까지 활용할 수 있는 창업휴학제도와 예비 창업 및 창업 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창업대체학점제도가 대표적입니다.학생들의 적극적인 도전과 안정적 창업 활동 유지를 돕기 위해 지금도 창업휴학기간 확대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큰 장벽은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으로 구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이를 돕기 위해 창업지원단에서는 BM 설계*, IR*, 피칭*, 투자 유치 전략 등 실전에 가까운 교육과 함께 분야별 전문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파이빌, KU-Makerspace, X-GARAGE 같은 창업시설 인프라를 통해서는 초기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며, 본교 기술지주회사와 연계한 투자까지 단계별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 BM(Business Model) 설계: 사업 아이디어를 수익 구조로 구체화하는 과정
* IR(Investor Relations):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과 사업을 소개하는 활동
* 피칭(Pitching): 사업 아이디어를 핵심만 간결하게 전달하는 발표
Q. 타 대학과 차별되는 고려대만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첫째는 창업 친화적 학사 제도입니다. 본교는 2018년부터 학부에 기술창업융합전공 신설을 시작으로 2022년 일반대학원 내 첨단기술비즈니스학과 신설을 통해 학사-석사-박사 과정까지 창업 교육을 체계화·전문화하였습니다. 또한 모든 신입생이 진로·창업 세미나를 이수하도록 해, 조기에 창업 역량과 창업가 정신을 키울 수 있게 한 점도 특징입니다.둘째는 미래 산업을 겨냥한 딥테크 집중 투자입니다. AI 연구용 NVIDIA H100 GPU 클러스터 구축을 비롯해 바이오·메디컬, 로봇 등 첨단기술 창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습니다. 또한 텍스코어 사업*, 실험실특화형 창업 선도대학 사업 등을 통해 고부가가치 기술창업이 국내 창업 생태계로 확산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텍스코어 사업(TeX-Corps): 대학이나 연구소 등의 우수한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한 실험실 창업 촉진 지원 사업
Q. 크림슨창업지원단이 그리는 고려대 창업 생태계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혁신기술 기반 글로벌 창업 모델을 육성하는 대학'입니다. AI와 바이오 등 교내 우수한 혁신기술력이 검증된 팀을 발굴해 세계 무대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나아가 창업자와 연구자, 투자자와 글로벌 파트너가 가장 먼저 찾는 '혁신의 게이트웨이'가 되는 것이 크림슨창업지원단이 그리는 고려대 창업 생태계의 모습입니다.
Q. 창업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보지 않은 길은 누구에게나 두렵기 마련입니다. 그 두려움 앞에서 한 걸음을 내딛는 경험 자체가 결국 큰 자산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이 헛되지 않도록 학교와 선배 교우들이 함께 버팀목이 되어 주고자 합니다. 크림슨창업지원단은 학생들이 첫발을 내딛는 순간, 가장 먼저 곁에 서는 파트너가 되고 싶습니다.
블루랩스 정상호 대표 (신소재화학 18)
학생창업 사례 | 버려진 굴 껍데기로 세상의 문제를 풀다
학부 시절, 정상호 대표는 인턴십에서 배터리 3사 특허를 조사하다 문득 이런 질문을 던졌다. '왜 나는 남의 특허를 조사하고 있을까. 내 특허를 만들 수는 없을까.' 통영 출신인 그는 자연스럽게 지역 사회의 숙제였던 '굴 껍데기 문제'를 떠올렸고, 직접 해결에 뛰어들기로 했다.
블루랩스는 폐 굴 껍데기를 활용해 수질 정화와 자원 순환을 동시에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화석연료 기반 소재를 대체하는 친환경 솔루션으로, 자체 개발한 중금속 흡착 소재는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물 관련 인증 기관인 미국 국립 위생협회(NSF)로부터 NSF/ANSI 42 인증을 획득했다.
이 과정에서 크림슨창업지원단의 지원은 큰 힘이 됐다. "고려대학교의 전주기 창업 지원을 받은 첫 사례예요. 학부생 창업동아리 지원 프로그램에서 시작해 작게는 시제품 제작 지원금, 크게는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받았고, 이후 기술지주회사의 투자 유치로 더 나은 실험 환경 조성과 보다 전문성 있는 석박사 인재를 채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기술 창업이다 보니 긴 연구·개발 기간을 거쳐야만 시장 진입이 가능했어요. 2학년 말에 시작해 3학년에 법인을 설립했지만, 교수나 석박사 과정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업계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기 어려웠고 자금 조달도 쉽지 않았죠. 고객사를 설득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기까지 3년이 걸렸습니다."
그가 아이디어를 끝까지 붙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버티는 힘'이었다. "결국 살아남아 증명하는 사람이 이기는 것 같아요. 저를 믿어준 투자자와 끝까지 응원해 주신 교직원들을 떠올리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졸업 후의 진로 고민이 커 시작한 선택이기도 했다. "대기업에 들어갔다면 종속된 역할에 머물렀겠죠. 지금은 대기업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창업은 세상이 풀지 못한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 같아요. 힘들긴 하지만, 요즘은 정말 재밌습니다."
교원창업 사례 ㅣ 알츠하이머 치료의 전략을 바꾸다
뉴로엑스티 성준경 대표 (바이오의공학부/인공지능학과 교수)
창업의 계기는 연구를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하고자 했던 데에서 시작됐다. "십여 년 동안 학교에서 연구하고 논문을 써왔지만, 많은 연구가 연구로만 끝나더라고요. 기술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환자와 의료진에게 도움이 되려면, 결국 사업화가 필요했습니다."
창업에 관심이 있었냐는 질문에 성준경 대표는 "전혀요"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창업의 계기는 연구를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하고자 했던 데에서 시작됐다. "십여 년 동안 학교에서 연구하고 논문을 써왔지만, 많은 연구가 연구로만 끝나더라고요. 기술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환자와 의료진에게 도움이 되려면, 결국 사업화가 필요했습니다."
뉴로엑스티는 뇌 영상을 분석해 알츠하이머 치료제에 적합한 환자를 선별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같은 약물이라도 사람에 따라 인지기능 개선 효과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 효과가 낮을 경우 다른 약물을 병용하는 전략을 제안한다. 현재 미국 FDA 인허가 두 건을 동시에 진행 중이며, 인허가에 필요한 임상 시험을 위해 하버드 의과대학, 존스 홉킨스 병원 및 UCSF와 각각 협업하고 있다.
창업 초기, 학교의 지원은 중요한 발판이 됐다. "어떤 특허가 사업성이 있는지 조언을 받고, VC(벤처캐피탈)와 연결돼 미팅을 진행하면서 초기 투자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오기 어려웠을 거예요."
하지만 새로운 환경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교수로 있을 때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사무실을 구하는 것부터 투자 설득까지 모든 게 처음이었죠. 투자자를 만나면 100번 중 99번은 거절당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이 배우고 오기도 생겼어요."
예비 창업가와 후배들에게 그는 이렇게 말한다. "꼭 해야할 일인지 한 번 더 고민해 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멋진 말보다 솔직한 말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웃음) 수없이 많은 난관이 있는데, 진짜 하고 싶은 일이어야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창업은 '사서 고생'이죠. 제가 선택한 길이고, 지금 고생하고 있다는 건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요. 그래서 이 말이 꽤 마음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