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C 김정태 대표(한국사학 96),
  • 작성일 2026.01.27.
  • 작성자 고대투데이
  • 조회수 17
MYSC(Merry Year Social Company)
김정태 대표
(한국사학 96)
역사를 묻던 사학도,
미래를 읽는 투자자가 되다


김정태 대표

자본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투자사 대표라고 하면 으레 경영학이나 경제학 전공자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시아 최대 규모의 임팩트 투자사 MYSC(Merry Year Social Company, 이하 미스크)를 이끄는 김정태 대표의 전공은 의외로 '한국사'이다. 1,000억 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며 250개가 넘는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그는 비즈니스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가의 길을 걷고 있다. 질풍노도의 중학생에서 UN 근무를 거쳐 임팩트 투자의 개척자가 되기까지, 김정태 대표가 걸어온 '비정형의 길'을 따라가 보았다.



간절함이 가져다준 반전, 그리고 여행길에서 얻은 배움

김 대표는 자신을 "모범생이 되고 싶었던 문제아"라고 회상한다. 중학교 시절, 학교 부적응으로 퇴학 위기에까지 처했던 그는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괴로워하는 소년이었다. 미래를 기대할 수 없었던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인생을 바꾸고 싶다'는 지독한 간절함이었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집중력 학습기 '엠씨스퀘어'를 사기 위해 부모님을 설득해 3년치 세뱃돈을 가불했던 일화를 들려주었다. "제 돈이 들어가니 간절함의 차원이 달랐죠. 한 달간 몰입해 공부한 결과, 첫 모의고사에서 반 1등을 차지하자 학교가 뒤집혔어요. 중학교 성적이 너무 낮았기 때문에 부정행위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았지만, 이후 시험에서도 전교 1등을 지켜내며 실력을 증명했죠. 덕분에 학교에는 '엠씨스퀘어' 열풍이 불었고요.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그만큼의 효과를 못 봤어요.(웃음) 기계의 성능보다 간절함이 차이를 만든 것 같더라고요."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96학번으로 입학한 그는 IMF 등으로 혼란스러운 시대적 공기 속에서 무엇보다 인생의 자산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선배들의 조언을 따라 '졸업 전 책 1,000권 읽기'와 '방학마다 해외여행 가기'를 목표로 삼았다. "읽을 책의 목록을 1,000번까지 적은 다음,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군대 시절까지 합쳐 800권 정도를 읽었죠. 방학 때는 토익 학원에 등록하는 대신 매번 배낭을 멨어요. 16개국을 돌며 깨달은 건,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제 전공이나 혈액형, 부모님의 직업 등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정형화된 테두리를 벗어나니 비로소 제가 갈 수 있는 수만 가지 길이 보였습니다".

MYSC 직원들과 함께 MYSC 태국 법인 설립 기념식

▲ (위) MYSC의 직원들과 함께 · (아래) MYSC 태국 법인 설립 기념식에서

"정답을 도출하는 훈련을 충분히 했다면,
이제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출제하는 사람이 되세요."


UN을 거쳐 비즈니스의 세계로

역사 연구자를 꿈꾸던 사학도의 시선은 여행을 통해 더 넓은 세상으로 뻗어 나갔다. 그는 더 직접적인 변화를 만들고자 국제대학원을 거쳐 UN 산하 기관에서 5년간 근무하며 전 세계의 빈곤과 환경 문제를 현장에서 목격했다. 하지만 그는 뜻밖의 갈증을 마주했다.

"UN이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 문제들을, 비즈니스로도 풀 수 있겠다고 느꼈어요. 국제개발이 진행되고 빈곤 문제가 완화되더라도, 지속 가능한 변화는 결국 민간 시장의 일자리와 비즈니스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비즈니스의 중요성을 실감한 그는 영국 헐트 국제경영 대학원 소셜앙트러프러너십(사회적기업가정신) 석사과정을 마친 뒤, 2012년 국내 최초 사회혁신 전문 컨설팅 회사이자 임팩트 투자사인 미스크에 합류했다. 의미 있는 방향성을 가진 소셜 벤처에 투자하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 '임팩트 투자'의 길에 오른 것이다.


임팩트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

2017년까지 30-40억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던 미스크는 현재 누적 투자 약 250건, 운용 자산 1,000억 원 이상을 달성했으며, 투자 기업들의 누적 가치는 총 2조 7천억 원에 이르는 임팩트 투자사로 성장했다.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시드 단계부터 Series B, 상장을 앞둔 Pre-IPO 단계까지 기업의 전 생애 주기를 아우르는 투자 체계를 구축했으며, TIPS*·LIPS* 운영사로서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성장을 꾸준히 이끌어왔다.

AI 기반 디지털 탄소 관리 솔루션 '뉴톤', 순환자원 회수 로봇 기업 '수퍼빈', 인터랙티브 콘텐츠 플랫폼 '유니크굿컴퍼니' 등 사회적 가치와 기술력을 동시에 갖춘 기업들이 미스크의 포트폴리오 안에서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체 개발한 AI 심사역(Investment Reviewer) 'Merry'를 실무에 투입하며, 투자 판단과 관리 방식에서도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러한 성장의 배경으로 '사내 기업가(Intrapreneur) 정신'을 꼽는다.

* TIPS: 세계시장을 선도할 기술 아이템을 보유한 창업기업을 집중 육성하는 '민간 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
* LIPS: 민간 투자 유치를 완료한 소상공인에게 정부가 추가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금융 프로그램

"우리 구성원들부터 기업가처럼 생각하지 않으면, 우리가 투자하는 기업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내 기업가들이 미스크의 가장 큰 자산이죠."

단기적인 성장세를 보고 투자하는 일반 투자사와 달리, 미스크는 미래 사회에 꼭 필요한 해법을 제시하는 스타트업에 선제적으로 자본을 투입한다. 김 대표는 이러한 투자 흐름이 비가역적이라고 설명한다. "저희는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곳에 투자합니다. 기후 위기, 고령화, 돌봄 문제… 이건 피할 수 없는 미래거든요. 예전엔 지하철 역사에 스크린도어가 없는 것이 당연했지만 지금은 필수가 된 것처럼,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임팩트 DNA'도 곧 비즈니스의 상식이 될 것입니다."

임팩트의 중요성은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이미 성장한 거대 기업에도 생존의 필수 요소로 부상했다. 미스크는 이러한 '임팩트'를 비즈니스의 DNA로 심고자 현대자동차, 이랜드, 카카오뱅크 등의 대기업과 소셜 벤처 사이를 연결해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도록 돕는 액셀러레이터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그가 이토록 연결과 관계에 집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비즈니스가 시장 내에서 잘하는 것은 더 탁월해져야 하지만, 이제는 시장 바깥의 영역인 사회와 환경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지느냐가 생존을 결정합니다.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하며 쌓은 탄탄한 관계 자본은, 미래에 무엇이 필요할지에 대한 가장 정확한 정보인 '인텔리전스'를 제공해 주기 때문입니다."


AI 시대, 맥락을 읽고 나만의 문제를 찾으세요

AI가 정답을 찾아주는 시대, 김 대표는 오히려 역사를 공부하며 기른, '맥락을 이해하는 힘'을 강조한다. "AI는 시키는 일을 잘하지만, 무엇을 시킬지 결정하는 건 인간의 몫입니다. 저는 어떤 현상을 볼 때 항상 역사적 근원을 찾아봅니다. '이 용어는 왜 생겼을까? 이 맥락은 무엇일까?' 맥락을 아는 사람이 AI에게 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창업을 꿈꾸거나 사회 혁신을 원하는 후배들에게 그는 '나만이 꺼낼 수 있는 문제'를 찾아보라고 당부했다.

"정답을 도출하는 훈련은 이미 충분히 하셨을 겁니다. 이제는 스스로 문제를 제시하고 출제하는 사람이 되세요. 앞으로는 나만이 꺼낼 수 있는 문제를 찾아 제기하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테니까요."


테이블에 기대 서 있는 김정태 대표

MYSC 김정태 대표

Special Page | 김정태 대표가 말하는 '임팩트 투자, 무엇이 다른가'

Q. 미스크만이 가진 투자 기준은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시간이 저희 편이 되는 곳'에 투자한다는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장은 늘 불확실해서 좋을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고, 업앤다운이 반복되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결국 갈 수밖에 없는 방향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재생에너지나 인구 구조 변화, 돌봄 같은 이슈들이 그렇습니다. 저희는 이런 흐름을 가설로 세우고, 그 방향에서 필요해질 솔루션과 서비스, 제품에 선행적으로 투자합니다. 일반 투자사와의 가장 큰 차이는 스타트업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를 넘어서, 그 시도가 사회에 어떤 변화를 남기는지까지를 고려하고 투자한다는 점입니다."

Q. 특히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저희가 투자했던 기업 중에 '위커넥트'라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비즈니스적으로는 결국 폐업을 했지만, '경력 단절 여성'이라는 표현 자체가 문제라는 메시지를 사회에 던졌어요. 기업은 사라졌지만 그 문제의식은 남았고, 얼마 전 양성평등기본법에서 '경력 단절 여성'이라는 용어가 '경력 보유 여성'으로 바뀌었습니다. 재무적인 성과만 보면 아쉬울 수 있지만, 사회에 남긴 변화를 놓고 보면 굉장히 구체적인 임팩트를 만든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Q. 임팩트는 실제로 측정할 수 있는 가치인가요?

"임팩트는 비재무적인 영역을 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부 측정이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어떤 것은 어렵지만, 많은 부분은 화폐화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줄여주는 서비스가 있다고 하면, 그 외로움이 줄어들면서 감소하는 스트레스나 돌봄 부담 같은 사회적 비용을 계산해 볼 수 있습니다. 외로움이 '담배 7갑을 핀 상태와 같다'라는 연구 결과도 있고요. 이런 식으로 어떤 부정적인 비용이 줄었는지, 혹은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만들어졌는지, 근거를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 저희가 말하는 임팩트입니다."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비즈니스에서 이루어지는 수없이 많은 의사결정 안에 '임팩트'라는 기준이 아주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세상을 만드는 겁니다. 임팩트를 하나의 선택지로 두는 게 아니라, 당연하게 고려해야 할 전제로 만드는 거죠. 지속 가능성과 재무적인 성과를 따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성장을 하기 위해서라도 임팩트가 필요합니다. 사회와 잘 관계 맺지 못한 채 단기적인 이익만 추구하는 비즈니스는 결국 오래가기 어렵다는 걸 역사가 계속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그런 의사결정의 변화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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