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에이전트 AI를 논하는 시대다. 이 분야의 성장을 현장에서 이끌어온 윤석원 대표는 지금이 새로운 문명 전환의 시작 단계라고 본다. "아직은 그 입구에 서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문제는 이 방향을 누가, 어떻게 설계하느냐입니다." AI 산업에는 막대한 규모의 데이터와 GPU가 필요하고, 전 세계에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은 손에 꼽힌다. 자연스레 승자독식, 부익부 빈익빈의 구도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AI 기술이 특정 자본가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AI가 빠를수록 사람은 더 깊이 있게 — 인간이 루프 안에 있어야 하는 이유
에이아이웍스(AIWORKX)는 'AI 전환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다는 철학 아래, 데이터 수집·가공부터 AI 에이전트, 모델 검증까지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AI 전문기업이다. 2015년 '테스트웍스(TestWorks)'로 출발해 국내 최초로 AI 데이터 구축 사업을 시작했으며, 창립 10주년인 2025년 사명을 에이아이웍스로 새롭게 바꾸며 AI 에이전트 전문회사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윤 대표는 이 모든 것의 중심에 '데이터'가 있다고 강조한다. "데이터는 AI의 원유와 같습니다. AI가 제대로 판단하고 움직이려면 결국 양질의 데이터가 필요하고, 그 품질을 보증하는 일은 사람이 해야 합니다." 이른바 'Human-in-the-Loop(HITL)', 작업 과정 안에 인간을 둔다는 원칙이 흔들리는 순간 AI는 도구가 아니라 주인이 될 수 있다.
"물론 AI가 발달할수록 사람의 역할도 달라질 겁니다. 저희 회사 내부만 보더라도, 예전에 데이터를 가공하던 직원이 이제는 AI가 생산한 결과물을 정밀하게 검수하는 전문가가 된 것처럼 말이죠." 핵심은 AI가 더 많은 양을 더 빠르게 처리한다고 해도, 질적인 깊이는 사람이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름이 기회를 만들고, 기술로 그 문제를 해결한다
에이아이웍스가 초기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주목할 만한 기술적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다양성에 있다. 에이아이웍스는 기술 산업 분야에서 가장 포용적인 고용 구조를 실천하는 기업으로, 발달장애인, 청각장애인, 경력단절 여성, 시니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청각장애 직원과 일하다 보면 자연스레 소통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런 과제를 기술로 풀어나가는 거죠. AI로 자동 통역하는 엔진을 개발하는 식으로요." 다양한 입장과 시각이 한자리에 공존하면서 새로운 솔루션 개발과 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고 그 안에서 개인의 성장도 함께 이루어졌다.
"현재 총무 업무를 담당하시는 분은 자폐장애인이에요. 처음 입사했을 때는 사람들과 눈 마주치는 것도 힘들어했죠. 그런데 이곳에서 오랫동안 같이 생활하면서 사회성이 개발되고, 적절하게 의사소통도 하게 됐어요." 일반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일들이 이곳에서 현실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각 구성원의 강점을 살린 직무 설계를 통해 모든 이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포용적 고용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미션을 회사 전체가 함께 수행해 온 덕분이다.
인문학도에서 AI 기업가로 — 안암의 공익 정신이 소명이 되다
윤 대표는 사회 문제에 대한 시각을 20대 캠퍼스 시절에 자연스럽게 익혔다. "학교뿐 아니라 제가 전공한 신문방송학과의 학풍도 공익적 측면을 항상 중심에 두었어요.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노력하는 선배님들과 교수님들을 보면서 많이 배울 수밖에 없었죠. 그 질문은 지금도 제 안에서 계속되고 있어요.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기술로 누구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그게 제가 이 일을 하는 이유이자, 제가 받은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도 사회 변화에 일조하기를 바라며 기자를 꿈꾸었던 윤 대표는 예상에 없던 엔지니어의 길에 들어섰다. "미국 유학을 가서 방황할 때였는데, 우연히 코딩 수업을 들었어요. 그런데 말도 안 되게 그 수업에서 1등을 한 거예요. 제 코딩이 공학적이지는 않은데, 창의적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후 교수님과의 면담을 거쳐 개발 일을 하게 됐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삼성전자 등에서 20여 년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경력을 쌓았다. 처음에는 열등감도 있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개발자들과 함께 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갈등을 조율하고 어려움에 처한 동료를 먼저 찾아가 함께 문제를 풀어주는, 인문학적 배경에서 비롯된 사람 중심의 접근 방식이 강점으로 드러났다.
그런 그를 창업으로 이끈 것은 대기업 재직 시절에 참여했던 경력단절 여성 대상 소프트웨어 교육 봉사다. 교육생들은 국제 SW 자격시험에 80% 이상 합격할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지만, 그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기업은 없었다. "차라리 내가 회사를 세워 채용하자"는 결심으로 안정된 커리어를 내려놓았다. "단순히 돈을 벌거나 승진하는 것을 넘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 (위) 패널로 참석한 국제 지속가능발전 포럼(GEEF)에서
(아래) 사내 문화 교육 중인 윤 대표
기본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AI 시대를 이긴다
에이전트 AI 시대에 주체성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윤 대표의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AI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AI에게 계속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AI가 그럴싸하게 내놓은 답에서 틀린 것을 걸러내는 힘은 결국 깊이 사고하는 습관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습관은 책을 읽고, 인문학적으로 사유하며, 자신만의 철학과 세계관을 다듬는 과정에서 길러진다.
"AI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기본이 더 중요해집니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결국 AI를 제대로 쓰는 사람이 될 거예요."
그리고 또 한 가지를 덧붙이며 강조했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고 결정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남들과 비교하면서 불안해하지 말고, 다른 사람을 돕고 그들을 성공시키는 연습을 하다 보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포용적 고용과 다양성을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해 온 에이아이웍스의 역사가 그의 이야기에 무게감을 실어주었다. "올해 안에 AI 시대의 일자리 문제와 관련한 대안을 찾는 비영리 재단을 만드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예요. 계속해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찾아서 해보고 싶습니다."
에이전트 AI 시대는 인간의 자리를 빼앗는 시대가 아니라, 인간이 어떤 자리를 선택할 것인지 되묻는 시대일지도 모른다. 윤석원 대표가 10년 넘게 에이아이웍스에서 증명해 온 것처럼, 이웃과 함께하며 사회를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결국 AI 시대에도 자기다운 자리를 지켜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