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AI가 정답을 안 알려줘요?" 직장인이나 사회인뿐 아니라 초·중·고 학생들도 AI를 통해 쉽게 답을 얻는 데 익숙해진 시대다. 그런 시점에 '힌트를 주는 AI'를 생각한 것은 학생들이 스스로 답을 찾고 자기 것으로 익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에듀테크 스타트업 '악어에듀'의 강태환 대표가 AI 기반 코딩 교육 플랫폼 '아케오'를 개발하면서 구상한 것은 곧바로 정답을 알려주는 선생님이 아니었다. 대신 '눈치 빠른 보조교사'라는 이미지를 그렸다. 그런 모델이야말로 AI에게 잠식당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하면서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방법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우연히 품게 된 '좋은 교육'의 꿈
학부에서 정보통신공학을 전공한 강태환 대표에게 어느 날 친구가 학원 강사 자리를 제안했다. 코딩을 가르치는 학원을 창업한다는 것이었다. 강 대표는 그렇게 교육이라는 영역에서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제가 가르치던 중학생 한 명이 코딩을 배워보니 너무 재미있다면서, 관련 전공 대학교를 목표로 하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누군가의 미래나 꿈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죠. 그 이후로 더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게 됐어요." 우연히 들어선 길에서 5~6년을 보냈을 즈음, 더 잘 가르치고 싶다는 마음에 교육대학원에서 컴퓨터교육학을 전공하기 시작했다.
강의실에서 마주친 고민의 실마리
2023년 1학기, 김현철 교수의 '인공지능 특론' 수업에서 당시 뜨겁게 떠오르던 생성형 AI의 다양한 활용 사례를 들으면서, 코딩을 가르치던 교실이 떠올랐다. "한 명의 교사가 10명이 넘는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병목현상이 생깁니다. 한 친구의 질문에 답하는 동안 다른 친구들은 마냥 기다려야 해요. 코딩은 점 하나만 잘못 찍어도 오류가 나는데, 그럼 학생들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지거든요." 이런 상황에 AI를 활용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AI가 보조교사 역할을 하면 학생들도 바로바로 궁금한 점을 해결할 수 있어서 좋고, 교사도 시간에 쫓기지 않고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AI를 활용한 코딩 교육 플랫폼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1년 만인 2024년 1월, '악어에듀'를 설립했다.
눈치 빠른 보조교사, Agentic AI
보다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틱 AI를 교육 현장에 어떻게 접목하는 것이 좋을까? 강 대표는 AI가 학생의 질문을 듣기 전에 먼저 학습 상태를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학생이 문제를 풀면서 머뭇거리거나 코드를 썼다 지웠다 하는 패턴을 파악하고 적절한 힌트를 제공해 결국 학생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런 목표 아래 정답을 알려주는 AI 대신, 힌트를 던져주는 AI를 개발했다. "수학 문제를 풀다가 막혔다고 해서 곧바로 해설지를 보면 당장 숙제는 빨리 끝낼 수 있지만, 다시 풀어보라고 했을 때 못 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눈으로 본 것을 내 실력이라고 믿는 '학습 착각(Illusion of Competence)'에 빠지는 겁니다. AI 튜터가 정답을 주는 것도 똑같은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했어요."



▲ (위) 아케오 발표 현장
(가운데) 아케오를 적용한 SW특성화고 수업 현장
(아래) 아케오 AI 튜터가 학생에게 힌트를 제공하며 학습을 돕는 모습
AI의 힌트로 얻는 작은 성취감, 큰 변화
현재 강태환 대표는 악어에듀에서 개발한 AI 코딩 교육 플랫폼 '아케오'를 교육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직접 코딩 학원을 운영하며 그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AI가 힌트를 주는 방식은 확실히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학생들이 느끼는 답답함이 줄어들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얻는 작은 성취감이 생각보다 큰 변화를 만드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아케오를 도입하고 나서 코딩을 유독 어려워하던 한 학생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막힐 때마다 수준에 맞는 힌트를 보게 되자, 마냥 기다리거나 정답을 베끼는 대신 한 번 더 고민하면서 스스로 정답을 찾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혼자 해결하는 경험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먼저 저를 찾아오더라고요. '선생님, 다음 단계 문제는 언제 풀 수 있어요?'라고 물으면서요. 코딩에 자신 없어 하던 학생이 다음 과정을 기대하게 된 거죠. 심지어 코딩에 재미를 붙이더니 소프트웨어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하기까지 했습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교육 현장에서 AI가 어떻게 쓰여야 할지 더 고민하게 되었고, '페이스메이커' 역할이 적절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하이테크(High Tech) × 하이터치(High Touch)
그렇다면 'AI 보조교사'의 도입은 학생에게만 좋은 일일까? 강 대표는 교사에게도 '진짜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AI가 1:1 맞춤형 지식 전달이라는 역할을 맡아준다면, 교사는 물리적인 시간과 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확보한 시간과 에너지로 '정서적이고 사회적인 교육'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따라 유독 주눅 들어 있는 학생의 표정을 읽어주고, 친구들 간의 갈등을 중재하는 등 화면 밖에서 학생들의 정서적 안전망이 되어주는 역할은 AI가 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AI 시대의 교육 현장은 기술을 활용한 '하이테크'와 인간적 교감인 '하이터치'의 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과 눈을 맞추며 동기를 부여하고 따뜻한 관계를 형성하는 역할이야말로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교사만의 고유한 영역이 아닐까요."
강 대표(왼쪽)는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던 친구 김준권(오른쪽, 현 CTO)을 설득해 함께 악어에듀를 창업했고, 지금도 나란히 회사를 이끌고 있다.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강태환 대표는 '아케오'의 경험을 바탕으로, AI 시대에 주체성을 갖기 위해서는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쉽고 편하게 정답을 얻는 대신, 불편하더라도 힌트를 통해 스스로 답을 찾아갈 때 진정한 성장이 이뤄진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힌트가 될 만한 도움은 언제나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처음 창업을 하고 6개월 동안 시장의 반응이 없을 때는 '이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고려대 캠퍼스타운 사업에 선정되면서 전문가 멘토링과 네트워킹을 통해 창업자로서 몰랐던 부분들을 채워나갈 수 있었다. 그에 더해 담당 교수님의 지원은 물론, 고려대학교 교우라는 사실만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여러 도움을 받으면서 사업을 더 단단하게 키워갈 수 있었다.
"결국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사람 간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 같아요. AI 에이전트 시대가 된다 해도, 사람과 함께 공감하고 교감하면서 새로운 일을 만들어가는 것은 결국 사람만의 고유한 영역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