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대학 생활 속에서도 교정 밖 초원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 현재 104명으로 구성된 고려대학교 승마동아리 '홀스백'은 승마라는 스포츠를 배우는 동시에, 생명과의 깊은 유대감을 배우는 곳이다. 학기 중 다진 기초 기승(騎乘, 말을 타는 기술) 실력은 방학 기간 몽골, 제주 등 자연 속 외승(外乘, 야외에서 다양한 보법으로 말을 타는 것)으로 이어진다. 또한 서울대·연세대와의 연합 교류제, 고연전 교류 행사뿐만 아니라 재활 승마 봉사 활동까지 병행하며 끈끈한 공동체 문화를 구축하고 있는 홀스백 . 말 위에서 발견한 평온함과 특별한 우정에 대해 멤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았다.
진민영(행정학 23)
오로라(Aurore, 일반대학원 법학 석사과정 26)
장서연(가정교육 24)
하나(Hanna, 중어중문학 23)
샤룩(Shahrukh, 인공지능학과 석사과정 25)
제이크(Jake, 미국 교환학생)
Q. 만나서 반갑습니다! 어떤 계기로 승마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는지 들려주세요.
민영: 2023년 기승책과 2024년 회장을 거쳐 지금은 동아리를 즐기고 있는 행정학과 23학번 진민영입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승마를 좋아했는데, 대입 기간에는 탈 시간이 없었어요. 대학교에 가면 꼭 다시 하겠다고 다짐하며 입학 전부터 승마동아리를 찾아봤죠. 인스타그램에서 우리 학교 동아리를 발견했을 땐 정말 소리를 지를 정도로 기뻤어요.
로라: 프랑스에서 온 오로라입니다. 2022년 교환학생으로 왔을 때 가입해서 대학원생인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어요.
서연: 부원들의 예약을 관리하고 승마장과 소통하는 '기승책'을 맡고 있습니다. 중학교 때 짧게 승마를 배운 적이 있는데, 그때의 즐거웠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대학에 와서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나: 한국에 온 지 3년 된 폴란드 사람 하나입니다. 어릴 때 승마를 하다가 한동안 쉬었는데, 작년에 문득 말이 너무 그리워지더라고요. 다시 꾸준히 타고 싶다는 마음으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샤룩: 인도 뉴델리에서 온 샤룩입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현재는 인공지능(AI) 석사과정을 밟고 있어요. 대학 시절에 친구를 따라 135년 전통의 승마 클럽의 객원으로 서성였는데, 한국에 와서는 직접 주인공이 되고 싶어 홀스백을 찾아냈습니다.
제이크: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는 교환학생 제이크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 한국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싶어서 승마동아리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Q. 처음 말에 올라탔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민영: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근처 라스베이거스의 한 농장에서 시작했어요. 말에 올라타는 것보다 인상 깊었던 건 말의 털을 빗기고, 말굽을 파고, 무거운 안장을 올리고, 재갈을 물리는 법을 배우는 '준비' 과정이었어요. 승마가 일회성 운동이 아니라 '종이 다른 친구'와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샤룩: 처음 안장에 앉았을 때의 느낌은 정말 대단했어요. 단순히 말 위에 앉아 있는 게 아니라 '말의 심리학'을 배우는 속성 코스 같았거든요. 나의 명령보다 나의 '에너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고삐를 놓고 말의 등을 만져보던 그 해방감은 잊지 못할 거예요.
제이크: 정말 환상적이고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특히 승마장에서 만난 사람들이 처음 말을 타는 저를 친절하고 끈기 있게 기다려줘서 고마웠어요.
서연: 생각보다 말이 너무 높아서 조금 무서웠던 기억이 나요. 하지만 곧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신기하고 설렜습니다.
로라: 장비도 없이 수영복만 입은 채 말과 함께 호수에서 수영을 한 적이 있어요. 그 자유로웠던 순간은 정말 특별한 기억입니다.
하나: 승마를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의 편안함'을 느꼈어요. 저는 평소 걱정이 많은 성격인데, 말을 탈 때만큼은 머릿속이 조용하고 평화로워져요.
Q. 말은 살아 있는 생명체인 만큼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습니다. 교감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서연: 말은 귀로 감정을 표현해요. 그 신호를 잘 읽는 게 중요합니다. 또 겁이 많은 동물이니 큰 소리를 내지 않고, 고삐를 통해 전해지는 말의 작은 신호를 손끝으로 느끼려고 노력해요.
하나: 말도 인간처럼 감정을 느껴요. 가끔 기분이 안 좋거나 피곤해 보일 때는 "너도 힘들겠구나"라고 인정해 주고 기승을 멈출 줄 아는 겸손함이 필요합니다.
민영: 똑똑한 말들은 기승자의 자세가 안정적인지, 장안이 서투른지를 보고 사람을 판단하기도 해요. 처음엔 무시당할 수도 있지만, 꾸준히 실력을 쌓아 말이 나를 존중하게 만드는 과정이 중요해요. 결국 말이 내 신호를 따라주는 순간을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죠.
샤룩: 타기 전에 항상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유대감을 쌓습니다. 말이 저를 신뢰하지 않으면 결코 따르지 않으니까요. 쉴 때는 부족한 실력을 채우기 위해 유튜브로 자세나 다리 신호를 공부하기도 합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민영: 2024년 여름, 연세대 승마동아리원들과 함께 다녀온 10일간의 몽골 외승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서 지칠 때까지 말을 탔던 경험은 비현실적일 만큼 멋졌어요. 휴대폰을 잃어버려 강제로 '디지털 디톡스'를 했던 일, 게르메이트들과 온천을 즐기고 양고기도 먹고 가족만큼 친해졌던 시간들은 정말 잊을 수 없습니다.
서연: 탁 트인 평원을 전속력으로 달릴 때 처음엔 무서웠지만 곧 엄청난 쾌감을 느꼈어요. 밤하늘에 쏟아질 듯 가득했던 별들 아래서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하던 시간은 평생 소중하게 간직할 것 같습니다.
Q. 신입 부원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무엇을 배우는지, 홀스백만의 문화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서연: 첫 기승을 나가면 걷는 법(평보)과 빠르게 걷는 법(경속보)을 배웁니다.
민영: 말 뒤로 걸어가지 않기, 몸에 붙는 바지 입기 등 필수 지식과 생명 존중의 태도를 먼저 배웁니다. 홀스백은 SKY 3개 대학 교류제, 여름 몽골 외승 등 타 학교와 활발히 소통하는 문화가 있어요. 선배님들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부담 없이 활동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Q. 승마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제이크: 과거 사람들이 어떻게 이동했는지 직접 체험하며 현대와 다른 가치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또 승마 수업에 가기 위해 주말마다 수면 패턴을 조절하게 되었고, 훈련을 위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일상이 훨씬 의욕적으로 변했습니다.
민영: 게임처럼 재밌는데, 알고 보면 엄청난 전신 운동이라는 점이죠. 또 살아 있는 생명과 함께하기에 늘 겸손함을 배우게 됩니다. 주말 승마장에 가기 위해 과제를 미리 끝내는 습관이 생겼고, 교환학생 시절의 우울감을 말을 타며 극복하기도 했어요.
서연: 생명체인 말과 교감하며 전신운동을 한다는 점이 매력이에요. 학업 스트레스로 힘들 때 말을 타면 기분이 좋아져서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로라: 몸무게가 450kg이 넘는 큰 동물을 다루며 체력은 물론, 낙마하더라도 다시 도전하는 끈기와 의지를 얻었습니다.
하나: 머릿속의 소음이 사라지는 마음의 편안함이 가장 큽니다. 스트레스 가득한 일주일 끝에 승마장에 도착하면 모든 고민을 잊고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어요.
샤룩: 강력한 동물을 나의 호흡과 체중 이동만으로 통제할 때 느끼는 성취감이 엄청납니다. 인도 라자스탄에서는 말이 이동 수단일 뿐만 아니라 전통 무용을 위해 훈련되는 등 문화 전반에 깊숙이 녹아들어 있어요. 특히 라지푸트(Rajput) 공동체는 말의 영리함과 고결한 정신을 숭고하게 여기죠. 이와 같은 문화권에서 온 저에게 승마는 물리적 피트니스와 정신적 명료함을 동시에 주는 '리셋 버튼'입니다
2024년 여름, 몽골 외승에서
민영: 일상에 저만의 색채와 균형을 가져다주는 활동
제이크: 마치 카우보이가 된 것 같은 기분(Feeling like a cowboy)!
로라: 말과 마음을 나누며 서로를 이해해 가는 소중한 여정
서연: 지친 일상을 깨워주는 최고의 '힐링'
하나: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순간
샤룩: 인간과 거대한 동물 사이의 고요하고 강력한 '신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