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hael Blackwood 교수의 '음모론, 논쟁, 미스터리 탐구', 진실과 거짓의 경계 에서 길을 잃지 않는 법
  • 작성일 2026.05.07.
  • 작성자 고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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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Blackwood 교수의
'음모론, 논쟁, 미스터리 탐구'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서
길을 잃지 않는 법

오래된 책을 들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는 Michael Blackwood 교수
강의실 문을 열자마자 왁자지껄한 토론의 열기가 뿜어져 나온다. 교수의 설명을 일방적으로 받아 적는 정적은 찾아볼 수 없다. 학생들은 저마다 커다란 주사위를 굴리며 나온 숫자에 해당하는 주제를 두고 거침없이 의견을 나눈다. 학부대학의 인기 영어 강의인 '음모론, 논쟁, 미스터리 탐구(Exploring Conspiracies, Controversies, & Mysteries)'. 이 수업은 단순히 흥미로운 가십을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 당연하게 여겨지던 사실에 의문을 던지고 그 이면에 숨겨진 맥락을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법을 배우는 역동적인 실험실이다.


지난학기 수강생 Maria, Sienna와 대화하는 Blackwood 교수

주사위와 타임라인으로 재구성하는 '그날의 사건'

블랙우드 교수의 수업 방식은 마치 하나의 게임처럼 재밌는 동시에 정교하게 구성돼 있다. 매주 새로운 사건을 다루는 퀴즈로 시작해, D&D(Dungeons & Dragons) 주사위를 던져 음모론과 관련된 20가지의 학술적 질문을 두고 그룹 토론을 이어간다. 블랙우드 교수는 이를 '채소 먹기(eating veggies)'에 비유한다. 자극적인 미스터리에 대한 토론이 달콤한 초콜릿 같다면, 음모론에 대한 학문적 접근은 쓰지만 몸에 좋은 채소와 같아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다.

수업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사건 타임라인' 제작이다. 학생들은 팀을 이루어 존 F. 케네디 암살 사건이나 타이타닉 침몰 같은 역사적 사건의 주요 시점들을 정리한다. 학생들이 만든 타임라인에서 날짜와 핵심 정보를 지워 마치 'CIA 기밀 문서(Redacted)'처럼 가공한 뒤 다른 그룹에게 전달하면, 이를 받은 학생들은 이 파편화된 정보를 퍼즐처럼 맞추며 사건의 실체를 추리한다.

과제에는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선에서 AI 활용도 가능하다. 다만 블랙우드 교수는 "AI는 브레인스토밍 도구로는 훌륭하지만, 자신의 목소리와 창의적 불꽃을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이 탐구의 결과물을 페이퍼로 제출하며 마무리된다.

그룹 토의시간에 토의하는 학생들
그룹 토의 시간에 학생들과 대화하는 Blackwood 교수

이 수업을 듣기 위해 한국에 왔어요" : 국경을 넘은 유대

교수실에서는 이번 학기 수업을 이수 중인 Maria와 Sienna가 교수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두 학생 모두 지난 학기 음모론 수업을 들은 뒤 블랙우드 교수의 교수법에 반해, 이번 학기에도 그의 다른 강의를 연달아 수강하고 있는 '단골 학생'들이다. 교수 인터뷰 중에도 세 사람은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며 끈끈한 유대감을 보여주었다.

Maria 교수님의 수업 방식은 정말 몰입도가 높아요. 이번이 제 마지막 학기인데, 가장 좋아하는 교수님의 수업을 한 번 더 듣고 싶어 신청했죠.

Sienna 사실 전 본교에서 이 음모론 수업이 너무 흥미로워 보여서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오기로 결심했습니다. 전공 수업들은 대개 사실 전달 위주라 딱딱한데, 여기서는 개인적인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다른 전공 학생들과 대화할 수 있어 정말 좋아요.

블랙우드 교수는 이처럼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국적과 전공을 초월해 교류하고, 서로의 논리에 귀를 기울이며 친구가 되는 과정을 가장 보람찬 순간으로 꼽는다.

1998년부터 이어진 호기심, 강의가 되다

블랙우드 교수는 1998년 본교에 부임한 '터줏대감'이다. 2022년 이후 외국인 학생이 급증하면서 대학 측의 요청으로 영어 교양 선택 과목이 대폭 신설되었고, 그가 오랜 시간 천착해 온 신화와 종교, 미스터리에 관한 탐구가 하나의 정식 커리큘럼으로 재탄생했다.

그가 음모론이라는 주제에 빠져든 계기는 흥미롭다. 90년대 말, 아직 공사 중이던 강의실 건물을 통해 들어간 도서관 서고에서 '한국 설화(Korean Folk Tales)' 책을 발견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또한 주변에서 음모론을 강하게 믿던 동료 직원의 존재, 그리고 현대 미디어가 정보를 가공하는 방식에 대한 호기심이 그를 이 길로 이끌었다. "오래 살다 보면 세상에 얼마나 신비하고 알 수 없는 일이 많은지 알게 된다"는 그의 말처럼, 삶은 통해 체득한 질문들이 더해져 지금의 독특한 강의가 만들어졌다.

Curriculum

음모론, 논쟁, 미스터리 탐구 개요

1주차
윤리와 책임

2주차
역사 속 음모론

3주차
정부의 은폐와 스캔들

4주차
소셜미디어와 허위 정보

5주차
초자연적 현상과 미스터리

6주차
음모론·논쟁·미스터리의 재현 방식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합니다(Keep your brain turned on)"

교수가 강조하는 수업의 핵심은 지식 전달보다도 비판적 사고 역량의 향상이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왜 사람들이 음모론에 빠져드는지 그 심리적 배경을 이해하고, 정보와 뉴스의 유효성을 스스로 검증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목표다. "어떤 아이디어가 제시되든 세뇌당하지 않도록 뇌를 항상 깨워두어야 합니다. 열린 마음을 갖되 회의적인 태도로 사안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실제 수강생들 또한 이 수업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McKenzie 전공인 의생명과학 수업과 달리 친구들과 소통할 기회가 많아요. 또 이제는 어떤 정보를 접해도, 먼저 '이게 왜 그렇게 보일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Isaiah 음모론은 온라인 가십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학술적인 관점에서 깊게 파고드는 경험이 신선했습니다. 배움이 이토록 즐거울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Emma 미국을 중심으로 많은 음모론이 형성됐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러한 이야기가 세계 여러 나라의 학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보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사람들이 왜 특정 믿음에 매몰되는지 입체적으로 보게 되었죠.

McKenzie, Emma, Isaiah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는 매주 주사위가 던져지는 블랙우드 교수의 강의실 안에서 지금도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즐겁고도 불꽃 튀는 이 강의실에서, 학생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거울삼아 비추며, 진실을 입체적으로 읽는 방법을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