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최근 발달심리학 분야의 저명 학술지 《Journal of Child Psychology and Psychiatry》, 노인학 분야 최상위 학술지인 《Innovation in Aging》, 가족학 분야 세계적 저널 《Journal of Marriage and Family》 등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에 잇달아 논문을 게재하며 국내외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같은 성과와 함께 김진호 교수는 글로벌 학술정보분석기업 엘스비어와 스탠포드 대학이 꼽은 세계 최상위 2% 연구자로 선정되었다.
사람의 삶이 어떻게 건강으로 이어지는가
눈부신 성과만큼이나 김 교수팀의 연구 주제는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청소년기에 우울 수준이 높았던 사람은 성인이 되었을 때 불안정한 일자리에 종사할 가능성이 높다", "부족한 수면 시간이 청소년 비만 위험을 높인다", "배우자 사별 후 외로움은 성별·돌봄 경험에 따라 달라진다", "노년에 들어서면 결혼 만족도가 낮아질수록 인지 기능도 저하한다". 보건, 의료, 심리, 사회, 문화를 포괄적으로 살피는 연구들이다. 막연한 경험과 추측의 영역에 머물던 문제들을 데이터로 포착해 보여주는 것, 그것이 김 교수팀 연구의 힘이다.
김진호 교수는 인간의 삶을 하나의 긴 이야기, 즉 '생애 과정(life course)'으로 바라보며, 특히 어린 시절과 청년기의 경험이 이후 성인기와 노년기의 건강, 인지 기능, 정신건강, 사회경제적 삶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를 탐구한다.
"저는 건강을 단순히 의료의 문제로만 보지 않습니다. 건강은 개인이 살아온 환경, 관계, 사회적 경험이 축적되어 만들어지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 연구실에서는 사회학적 상상력과 계량적 방법론을 결합하여, 개인의 삶과 사회 구조가 어떻게 맞물려 건강과 웰빙을 형성하는지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사람의 삶이 어떻게 건강으로 이어지는가'를 데이터로 풀어내는 연구실이라고 소개하겠습니다."
건강은 평등하지 않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특히 초고령사회로의 진입과 건강 불평등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이슈이다. '건강의 평등'이라는 개념은 다소 낯설지만, 개인과 집단의 건강이 자기 자신의 선택으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사회에 속해 있고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등의 사회적 결정요인(social determinants of health)이 개인과 집단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건강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예를 들어, 〈청소년기 우울과 이후 직업 안정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청소년기의 정신건강이 성인기의 고용 안정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청소년 우울에 대한 조기 개입이 장기적으로 노동시장 불평등과 사회적 격차 완화에 기여할 수 있고, 이를 위한 건강·교육·고용 정책을 연계한 통합적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가 속한 보건정책관리학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 데이터, 그리고 사회적 맥락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도록 교육합니다. 질병 치료를 넘어, 왜 이러한 건강 격차가 발생하는지, 어떤 정책이 이를 완화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학문이지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인공지능, 정책 설계 능력이 결합된 보건학의 중요성은 계속 부각되고 있으며, 이런 흐름 속에서 언론들도 그가 제시하는 이슈와 연구결과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공공정책학, 사회학을 거쳐 보건학으로
김진호 교수는 미국 콜롬비아 대학에서 공공정책학 석사학위를, 위스콘신-매디슨 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고 홍콩중문대학교에서 사회학과 교수로 일한 사회학자 출신이다.
"저의 가장 큰 정체성은 사회학 중에서도 인구학자입니다. 위스콘신-매디슨 대학교의 인구학 연구소(Center for Demography and Ecology)에서 개인의 삶과 건강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인구학적 관점에서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인구와 집단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회학에서도 충분히 연구를 수행할 수 있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학적 이론과 문제의식을 보다 직접적이고 과감하게 건강 연구에 적용해 보고자 보건정책관리학부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단순히 '건강을 설명하는 사회학'이 아니라, 사회학적 시선으로 건강 문제를 재구성하는 연구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뉴욕 콜럼비아대 석사학위 취득 후에는 아프리카 말라위의 수도 릴롱궤로 건너가 2년간 머물며 정책 효과를 검증하는 대규모 사회실험 연구를 포함한 국제보건프로젝트를 직접 이끌기도 했다.
"현장에서의 경험, 학문적 문제의식과 욕심이 지금의 연구 분야, 그리고 보건정책관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환경으로 이끌었습니다.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도 보건학을 전공하지 않은 저를 임용하는 과감한 결정을 하셨죠.(웃음) 우리 보건정책관리학부는 학문적 깊이와 현실 적용 가능성을 동시에 갖춘 교육과 연구를 지향한다는 점을 큰 자부심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전 세계 동료 연구자, 그리고 '고요한 열정'의 제자들과 함께
세계 2% 상위 연구자라는 타이틀에도,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고개를 젓는다. 다만 하버드, 위스콘신-매디슨, 스탠포드 대학 등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동료 연구자들과 안암동 연구실의 제자들이 함께 진행한 공동 연구가 새로 출판될 때마다 가슴이 뛴다.
그는 연구실의 제자들을 소개하며 '고요한 열정'이라는 표현을 썼다. 김 교수를 포함해 구성원 대부분이 MBTI 지표에서 'I 성향'을 나타내는 까닭에, 연구실은 독서실처럼 잔잔하고 차분하다. 하지만 평소에는 고요하되, 공동 연구를 진행하거나 저널 클럽, 데이터 캠프(매 방학마다 연구실 구성원 전원이 참여하는 데이터 분석 실습 프로그램)처럼 함께 학문 앞에 모였을 때는 뜨겁게 토론하는 분위기가 가장 큰 매력이라고.
연구실에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는데, 박사학위 시절 지도교수가 견지하던 철학을 이어받은 것이다. "'무한한 자유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사람만이 연구자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지도교수님의 철학이었습니다. 주어진 자유를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 때 비로소 내면의 잠재력이 폭발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학생이 연구 계획을 저에게 보내주면, 저는 그것을 관리하기보다는 존중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가고, 스스로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해 가는 것이지요."
'고요한 열정'이라는 말은 길을 찾는 연구자로서, 또 제자들을 독립적인 연구자로 키워내는 교육자로서 온 힘을 쏟고 있는 김진호 교수 자신에게 더 어울릴지 모른다. 삶과 사회와 건강의 관계를 풀어내며 건강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그의 연구는 앞으로도 더 많은 과제와 그에 따른 해법을 우리에게 제시할 것이다.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따뜻한 연구자들의 뜨거운 연구
김진호 교수와 보건사회인구학 연구실
박한솔(박사후 연구원) 송은솔(박사과정) 권근영(석사과정 4학기) 남나경(석사과정 2학기) 김진아(보건정책관리학 22, 학부연구생) 이민재(심리학 20, 학부연구생)
드라이랩*의 특성대로 연구실에는 실험 기구 대신 컴퓨터와 모니터, 문서들만 있다. 차분하고 조용한 풍경이 마치 도서관 같기도. 하지만 열띤 토론을 시작하는 연구원들의 눈빛을 보는 순간, 공간의 온도가 후끈 올라가는 듯하다.
* Dry lab: Wet lab과 대비되는 단어로, 물질을 다루는 실험이 아닌 데이터 해석, 시뮬레이션 등을 통한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실
Q. 연구실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근영: 정해진 출퇴근 시간 없이 자율 출근을 해요. 드라이랩 특성상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연구를 진행할 수 있지요. 저는 연구실에서 가장 집중이 잘 되는 편이라, 자주 나와요. 무엇보다 연구실에 다 같이 모였을 때 만들어지는 분위기와 에너지를 좋아해요.
나경: 현재 대학원 막내입니다. 졸업하신 선생님들과 학부연구생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죠. 앞으로 멘토 역할도 해야 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진아: 학부연구생으로 현재는 연구 흐름을 익히고, 논문의 구조나 방법론을 배워요. 점차 연구를 스스로 이해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민재: 최근 랩에 합류해 연구실의 공기를 익히면서 문헌 검토를 보조하고 데이터 분석 역량을 쌓고 있어요.
Q. 우리 연구실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은솔: 생애 과정 전반을 아우르는 교수님의 연구 통찰력, 그리고 정교한 분석 방법론을 가까이에서 배우고 싶었어요.
민재: 학부에서 심리학과 사회학을 전공하며 개인의 정신건강이 심리적 취약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을 둘러싼 사회 구조적 요인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교수님은 생애 과정 전반의 사회심리학적 결정요인과 구조적 불평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시는 최고의 전문가이시기에, 이 주제를 학문적으로 깊이 있게 확장할 수 있는 곳이라 확신했어요.
진아: 보건정책 및 건강 관련 사회 문제를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하는 연구 방향에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교수님의 연구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엄밀한 방법론을 사용한다는 것과 실제 정책과 연결될 수 있는 연구를 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Q. 연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은솔: 다소 늦게 박사과정에 진학했고, 임신과 출산이 겹치며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복귀해서 논문을 투고할 수 있었습니다. 아기를 돌보며 논문을 쓰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막힐 때마다 교수님께서 도와주셔서 논문을 무사히 게재했어요. 느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생각과 글을 쌓아나간 시간들이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근영: 작년 미국 인구학회에서 발표했던 일이요. 제 연구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따뜻하게 응원해 주신 분들 덕분에 큰 격려와 동기를 얻고 돌아왔습니다.

▲ 2022 American Public Health Association(APHA) 발표자로 참석한 송경은 박사과정생, 장하윤 책임연구원, 박한솔 박사후연구원
Q. 지도교수님에 대해 자랑하고 싶은 점은?
한솔: 저는 우리 연구실의 박사 1호인데요(웃음), 가장 좋은 점은 연구자로서의 롤모델께 지도를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진호 교수님은 문자 그대로 연구에 진심이시기에 저도 진짜 '연구자'로서 성장할 수 있었어요.
은솔: 막연하게 느껴졌던 연구 아이디어를 변수화하여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구현하는 법을 가르쳐주시고, 분석 결과를 이론적 배경과 연결해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을 세심하게 지도해 주십니다. 정제되지 않은 질문도 빠르게 핵심을 짚어 답장을 해주세요.
나경: 많은 성과를 이루셨지만, 아직도 새로운 주제나 도구가 나오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배우고 활용해 보고자 하시는 모습에 연구자로서 성장하는 데 지적 호기심이 얼마나 중요한 동력인지 다시금 깨닫습니다.
Q. 연구자로서 각자 목표하는 것이 있다면?
민재: 정신건강 문제를 형성하고 강화하는 생애 과정 속 구조적 불평등을 실증적으로 규명하는 연구자가 되는 것입니다. 사회 구조적 불평등이 개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국민들이 공동체 안에서 건강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건강 증진 방안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나경: 저는 그동안 노인 집단과 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앞으로 이를 확장해서 무급노동, 장애와 건강의 관계까지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문제의식에 머무르지 않고 분석을 통해 의미 있는 질문과 답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자로 성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Q. 보건정책관리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우리 연구실을 추천한다면?
한솔: 학문이라는 거대한 세계 앞에 서면, 내가 무엇을 좋아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어려울 때가 있지요. 그럴 때 우리 연구실로 오면 길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우린 '함께' 길을 찾는 연구실이거든요. '행복한 보사인'으로 어서 오세요.
은솔: 서로를 지지하는 분위기에서 자기주도적으로 주제를 탐색하고, 연구자로 성장하며 개인의 삶도 살아갈 수 있어요.
근영: 사회과학 연구에서 자신의 전공을 어떻게 확장하고 발전시킬지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합니다. 저도 학부 시절에는 방향을 찾지 못해 많이 헤맸지만, 지금은 연구를 통해 더 건강한 사회, 불평등이 완화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어요. 학부연구생으로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은 출발점이에요.
진아: 미리 완벽한 지식을 갖추려 하기보다 배우고자 하는 자세와 꾸준히 노력하는 태도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 연구실에는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