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발전기금연차보고서2021

VOICE OF KU 12021 고려대학교 발전기금 연차보고서

교육자 부부 故전정애 · 김준태 교우

미래 교육의 해답으로
AI혁신 연구를 지원합니다

김준태 교우(국문 55)

본교 국문과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중등교사로 교단에서 37년간 봉직한 김준태 교우와 아내 전정애 여사는 유산 10억 원을 AI(인공지능) 연구에 써달라며 기부했다.
함께 평생 교육계에 몸담았던 故전정애 봄내유치원 원장은 1958년에 초등학교 교사로 임용되어 1995년까지 근무하다가 그해 2월 명예퇴임하고 남편과 함께 봄내유치원을 설립해 2016년까지 원장을 지냈다. 부부는 평생 교육자의 길을 걸으면서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을 하려 알뜰하게 살아왔다. 군 복무 중에 사망한 아들의 사망 보훈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그의 모교에 장학금으로 기탁했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새벽시장에 나가 유치원 급식에 쓸 신선한 재료를 손수 구입하며 알뜰히 살았다. 그렇게 모은 재산을 모교에 연구비로 지원했다. 2022 년 1월 12일 열린 기부식에서 김준태 교우는 “나는 그저 전달자일 뿐 기부는 전부 아내의 뜻이다.”라고 말했다.

한평생 미래 세대 교육에 매진한 故전정애 여사

“낙엽이 지고 서리가 내리는 계절에 피는 국화를 오상고절(傲 霜孤節)이라고 합니다. 절개를 지키는 꽃이란 뜻이랍니다. 당신은 국화를 닮았습니다.” - <중랑문학> 2021년 26호에 실린 김준태 교우의 수필 ‘파란 하늘 아래 들국화로 피어나세요’ 중에서 ‘국화를 닮은 사람’. 김준태 교우는 아내를 이렇게 표현한다.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중·고등학교를 전주에서 다닌 김준태 교우는 1963년 전주기전여자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 했다. 아내와는 그해 지인의 소개로 만나 이듬해 결혼해 4남매를 두었다. 2021년 7월 24일 타계한 아내를 성실하고 검소한 사람이라고 기억한다.

부부는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봄내유치원을 설립하고 유치원 교육 목표를 ‘건강한 어린이, 노력하는 어린이, 감사하는 생활’ 로 정했다. 장래 나라의 기둥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으로 그리 정했다고 했다. 1995학년도 4학급으로 시작한 유치원이 현재는 8학급으로 성장했고, 지금은 큰며느리 박완순 원장이 계승 하고 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유치원을 개원한 그해 9월, 제대를 일주일 앞두고 휴가를 나온 셋째 아들이 춘천 소양호에서 익사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다 끝내 나오지 못했다. 부부는 아들의 시신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 기증했다.

“부모와 사회의 혜택을 받아 성장한 아들이 이제부터는 사회에 나가 봉사하며 살아가야 할 시기에 갑작스럽게 떠났습니다. 시신 기증은 아들이 세상에 태어나 제구실을 다 하지 못하고 떠났기 때문에 몸으로라도 사회에 보답하고 가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김준태 교우는 마지막으로 교편을 잡았던 곳이자 세 아들의 모교인 면목고등학교에 행림장학회를 만들어 매년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1999년 정년퇴임을 하면서 퇴직금 중 2,000만 원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면목고에 기부한 김준태 교우는 셋째 아들 앞으로 매달 나오는 보훈금도 전액 장학기금에 보태고 있다. 2013년에는 중랑구 5월 장미축제 ‘제18회 중랑구민 대상 봉사상’을 받기도 했다

AI혁신 허브 사업 주도하는 모교에 기부 결심

2020년 0.84명이었던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21년 0.81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아이들이 줄어드는 안타까운 현실을 현장에서 실감했던 김준태 교우와 전정애 여사는 미래 교육을 고민하던 중, AI가 인구 감소라는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발전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학자들에 의하면 2050년대 이르러 인구가 급감한다는데, 우리나라 산업을 지탱하고 발전시키려면 AI의 역할이 필수적이지 않을까요?”
아내와 함께 기부처를 찾던 중 김준태 교우는 정진택 총장으로부터 모교가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혁신 허브’ 사업주관연구개발기관으로 선정됐고, 5년간 총 489억 5,000만 원을 지원받을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모교에 기부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2021년 11월 2일 출범식을 개최한 AI혁신 허브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인 AI 역량을 결집해 최고 수준의 AI 기술을 확보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국내 30여 개 대학과 7개 정부 출연 연구기관, 국내 102개 기 업, 21개 기타 기관이 참여하며 고려대를 중심으로 한 그랜드 컨소시엄이 프로젝트를 주도한다.

전정애(김준태) AI혁신기금이 소중히 사용되기를

고려대학교는 故전정애 여사의 유산기부금을 ‘전정애(김준태) AI혁신기금’이라고 명명했다. AI 분야 우수 교원 초빙, 인재 육성, 시설 확충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아내의 이름이 길이 남을 수 있는 ‘전정애(김준태) AI혁신기금’이라 명명해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기부금이 AI 분야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준태 교우는 기부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변의 많은 지인에게서 연락을 받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산업을 지탱하고 발전시키려면
AI 역할이 필수적이지 않을까요?

“지인들이 기부에 대한 철학이 있냐 묻는데 특별히 없어요. 돈이 유익하게 쓰이면 좋은 일이라고 여길 뿐입니다. 또 누군가 ‘기부 DNA’가 있는 게 아니냐고 물었는데, 회상해 보니 일제 강점기나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모두가 어려울 때 부모님께서는 우리 집에 와서 일을 도와주던 사람들에게 명절 때면 쌀을 조금씩 챙겨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부모님께 ‘나눔 DNA’ 를 물려받은게 아닐까 싶어요.” 마지막으로 김준태 교우께 소망이 있는지 물었다. “아내와 내가 세운 유치원이 오래도록 존속하면서 2대, 3대, 4대… 이어져 나라의 동량을 키워내는 유아교육 기관으로 성장 발전하기 를 희망합니다.”
고려대학교는 전정애·김준태 후원자의 기부금 속에 담긴 교육 철학을 기억하며 급변하는 시대 변화에 앞장서면서도 대학의 국가적 시대적 사명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